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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처럼… 중원은 과연 한적했습니다.

날씨까지 화창했던 10월 20일 토요일, 서울시내 대형버스 주차장에는 남아있는 관광버스가 한 대도 없었다고 합니다.있다면 고장 차였겠지요. ^^오죽했으면 차를 못 구해서 우등 아닌 중형버스를 타고 갔겠습니까? 산너머살구 6년 만에 처음.충주의 뭐가 좋았느냐?사람이 없어 좋았습니다. 사람들을 가드가득 실은 그 많은 버스는 모두 설악산, 오대산, 내장산으로 가고 충주에는 달랑(?) 우리뿐이었습니다.충주(忠州)는 신라시대 국토의 중앙, 중원이란 뜻이라는데 마치 태풍의 눈처럼 국토의 중앙은 한적했습니다.한적해도 가을에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습니다.물론 단풍의 때깔이 설악산, 내장산만 하겠습니까? 눈을 조금 낮춘 대신 한적함을 얻은 거지요. ^^한직함 말고 ^^그래도 즐거웠대요. 표정에 묻어나지요?더 보여드릴..

태백산맥문학관

소설「태백산맥」은 대하소설의 대명사다. 소설의 분량만 해도 200자 원고지 기준 16,500매, 말 그대로 장편을 넘어 큰강(大河)이라고 할 만한 규모의 소설집(10권 1질)이다. 규모도 규모려니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묘사를 통하여 한 시대의 양상을 드러내는 작업이므로 비록 픽션이지만 때로는 역사 서술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기도 한다. 도도한 역사의 전개를 흔히 유장한 대하의 흐름에 비유하는 것과도 맥이 닿아있다.그런 조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하역사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우리나라의 작품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태백산맥」과「토지」정도를 찾을 것이다.월간「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할 당시부터 이미 베스트셀러를 예감했던 태백산맥은 소설의 기록적인 인기를 거쳐 이제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

김중업건축박물관

이 박물관은 이름만으로 전시 내용을 짐작할 수가 있다. 건축가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관한 박물관이다. 김중업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서 업적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박물관에 연출된 전시 내용만큼이나 관심가지고 살펴봐야 할 부분은 바로 건축물이다.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이 바로 김중업 선생 자신이 설계한 작품이다.박물관 건축물을 포함한 전체 공원 부지는 2006년까지 ㈜유유산업(현 유유제약) 안양공장이었다. 유유산업은 충북 제천으로 이전했고 이 땅을 사들인 안양시는 공장터를 박물관이 포함된 시민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 중에 4개 동을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안양박물관, 교육관, 특별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운영하고 있다.박물관 건물과 전시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故 ..

회암사지박물관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대부분의 필자들이 풍요롭고 충만한 것만 소개할 테니, 은 반대로 가보겠다. 일종의 블루오션(?) 전략이다.그래서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퇴락한 것에 대하여’.영어로 legend of the fall.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잠깐 영화 얘기 좀 하자면, 영화 제목 ‘가을의 전설’은 원제 ‘legend of the fall’의 오역이라는 지적이 많다. 퇴락해가는 한 가정 혹은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서, 특별히 가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내용도 아니다. 영화 제목을 ‘퇴락에 대하여’쯤으로 붙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아무튼 우리는 ‘퇴락한 어떤 것’을 다룬 박물관을 찾아가보겠다.퇴락한 것은 회암사이고, 박물관은 ‘회암사지박물관’이다. 경기도 양주에 있다.양주 회암사는 조선 초기 최대 규..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자칫 사족이 되겠지만 전시관 이름에 붙은 ‘공평’은 공평, 불공평을 말할 때 그 공평이 아니다. 전시관이 위치한 동네 이름이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1층) 공평도시유적전시관.본 시리즈에서 소개한 박물관 중 가장 새 박물관이다. 지난 주 수요일, 9월 12일에 문을 열었으니 아직 1주일도 안 됐다.단순히 새 것이어서가 아니다. 문 열자마자 가봐야 할 만큼 의미가 큰 박물관이기에 찾아간 것이다. 26층짜리 쌍둥이 건물의 설계 방향과 준공 일정을 바꿔버린 문제의(?) 전시 시설이기 때문이다.사실, 도시 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벌이다 땅 속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어려운 말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으로 확인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확인 즉시 공사는 중단..

도산안창호기념관

여름방학을 마치고 지난주까지 각급 학교가 모두 개학을 했다. 그래서 금주에는 ‘스승’을 소재로 한 박물관을 다녀올까 한다.어느 스승의 기념관을 찾아갈까 하다가 도산 안창호 스승님의 기념관을 다녀왔다. 안창호 선생에게는 겨레의 스승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선생은 독립협회 활동, 신민회와 흥사단 조직, 임시정부 출범 등을 주도하면서 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워 독립을 쟁취하자는 교육구국운동을 벌였다. 안창호 선생이 주도한 신민회의 설립 목적 속에 선생이 지향하는 바가 잘 나타나 있다. 교육을 통한 실력양성을 강조한 도산은 민족의 대동단결과 항일민족공동전선 구축을 위한 사상적 기반으로 대공주의(大公)를 주창했다. 대공주의는 私(사)는 작고 公(공)은 크다는, 공동체 우선의 가치관이다. 公을 받드는 통합의 리..

나의 특강 - 몽골에서 카작으로 산다는 것

토크콘서트라는 이름의 거창한 특강을 한번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론 영광이었지요 뭐 ^^몽골 내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카작흐족의 몽골족과 같은 듯 다른 유목생활을 비교하는 내용입니다.요즘엔 모든 길이 이리로 통한다는 유뷰트에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길이도 좀 짧게 하고 자막도 입히는 품을 팔아야 조회수가 올라간다지만 거기까지는 못 하겠고 그냥 개인 아카이브랄까요? 동영상 보관소 역할만으로 만족합니다. ^^ 몽골에서 카작으로 산다는 것1몽골에서 카작으로 산다는 것2몽골에서 카작으로 산다는 것3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올 여름에 들어본 가장 기억에 남는 용어가 무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효자 태풍’을 꼽겠다.유례없는 폭염 속에 와 같은 기사 제목이 심심찮게 올라오더니, 지난주에는 19호 태풍 솔릭이 피해는 적으면서 무더위와 가뭄을 해소했으니 ‘효자 태풍’이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었다.곱씹으면 씹을수록 참으로 묘한 말이다. 태풍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에 대한 태도(?)를 두고 효자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가계도에 맞지 않을뿐더러, 상대적으로 적다해도 사람이 죽는 인명 피해가 있었는데 효자 운운은 해당 지역민에 대한 무례이기도 하다.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효자 칭호 정도는 약과다. 일본에서는 태풍을 신으로 떠받들기도 했다. 13세기 몽골의 침입을 막아줬다 해서 신풍(神風)이라 불렀고 제..

유배문학관

길었던 폭염 뒤에 이어지는 영상 30도는 더위 축에도 못 든다. 그래서일까? 지인 몇몇은 벌써 가을이 온 것 같다며 요 며칠은 새벽 한기에 잠에서 깨 창문을 닫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올여름 더위가 유난스러웠듯 올겨울 추위는 유례가 없는 혹한이 될 거라며 벌써부터 추위 걱정에 호들갑이다.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폭염이 견디기 힘들까? 혹한이 견디기 힘들까?개인별 체질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고, 아마도 근대 이전 사회였다면 혹한이 훨씬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며 가슴 속에 서릿발 같은 한이 맺힌 사람들은 매일 매일이 혹한이었을 것이다.폭염이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을 기념(?)하여,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의 서럽고 한 맺힌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