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2 15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

2018년 1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습니다.백제의 고도 부여. 나라 잃은 설움을 3천 장의 꽃잎으로 날렸다는(물론 뻥이지만) 바로 그 곳에서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뜬다뜬다뜬다!떴다아~~~내친 김에 80일간의 세계일주나 다녀올까요?왼쪽 끝단의 보일랑말랑한 지점이 낙화암입니다. 그 아래 강은 당연히 금강, 혹은 백마강.부여 상공을 날다보면…백제역사재현단지도 보이고정림사지도 보이고궁남지도 보입니다. 연꽃이 없으니 꼭 추수 끝낸 논 같습니다.지붕이 알록달록한 부여 시가지. 다음지도 스카이뷰를 보는 것 같죠?한번 비교해보실까요?많이 비슷하죠? 계절 차이와 내려다보는 각도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면 누가 봐도 같은 장소 아닐까요? ^^가장 높이 올라 부여를 한번 조망..

쉽지 않은 동네, 성북동을 가다

32차 서울 걷기, 성북동을 다녀온 지가 꽉찬 한달인데 이제야 후기 올립니다.핑계 거리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어치피 3월 초쯤에 대대적으로(?) 알리게 될 테니까 변명은 그때 하겠습니다. ^^ 성북동을 코스로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성북동 걷기'라는 단일 테마를 잡아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뜻인데요, 성북동은 근현대 문화예술인의 공간이자 대사관저가 상징하는 최고급 부촌이자 북정마을로 대표되는 꼬방동네입니다. 이들을 어찌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낸답니까?키워드만 없는 것이 아니라 다니는 길도 없습니다.  큰길로 내려왔다가 골목길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성북동에는 마을버스가 3대나 다니지만 각국 대사관, 성북동빵집, 삼청각 앞길에는 버스가 서지 않으며 그렇다고 그 길에 인도가 번듯한 것도 아닙니다. ..

가까워진 주왕산, 멀어진 무박

아~~ 머리에 쥐난다!같은 코스를 4년 만에 또 다녀왔으니 후기를 어떻게 쓸 것이냐??근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몇 장 찍지도 않았는데 초장에 카메라가 망가져서 후기를 쓸 재료(?)가 없어져 버렸네요. ^^다행히 망3핸썸보이, 보노보노 님이 멋진 후기들을 올려주셔서 저는 기냥 있는 사진 내에서 간단하게 적어보렵니다. 우선, 주왕산 무박 코스는 이번이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무박으로 가기엔 이제 주왕산이 너무 가까워진 탓입니다. 작년 12월에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뚫린 덕에 서울~주왕산 코스 소요 시간이 거의 1시간 가까이 단축됐습니다. 쉬지 않고 가면 여유있게 가도 3시간 반이면 도착하니, 이거 원 시간 조절하기가 여간 난감한 게 아닙니다.너무 가까워져도 탈이네요. ㅠㅠ하는 수 없이 ..

세종의 릉, 세종의 외가, 세종의 원찰, 그래서 세종투어! #그럼 보배네는?

근 1년여 만에 요 녀석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야가 누구냐?제가 좋아하는 22인승 우등버스입니다!4년간 애용하던 22인승이 작년 여름 무렵 폐차된 이후 꿩 대신 닭으로 28인승과 함께 하면서도 늘 마음은 야한테 가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수배가 돼서 다시 22명이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귀하신(?) 몸답게 약속 장소에 무려 15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회원들을 향한 제 마음이 어땠는지 짐작하시겠죠?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꾸뻑! 간혹 참석자가 늦은 경우는 있었지만 버스가 늦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설렘은 순식간에 미움으로 바뀌었습니다.하지만,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나는 성군 세종대왕도 집권 초기엔 부왕 태종에게 눌려 무력하기만 했었다는 사실에 위로받으며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

시인 신경림

별난 소설을 읽게 됐다. .우선 읽게 된 경위부터가 별나다. 저자가 사인을 해서 우편으로 부쳐주었다. 지난 달에 14일간이나 몽골의 오지를 함께 걸었던 동행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다. 우리가 몽골에서 돌아온 날은 8월 17일. 이 책의 발행일은 8월 18일이니 시쳇말로 따끈따근한 신상이다.장르도 별나다. 소설이 사람을 소재로 했으면 극적인 픽션이 가미돼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소설의 내용은 논픽션이다. 그렇다면 이런 장르의 책은 위인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신경림 시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썼다고는 보이지 않으므로 이것도 아니다. 본인이 썼으면 자서전일 테지만 글쓴이는 소설가 이경자 작가이다.소설도 위인전도 아니라면 '작품과 함께 읽는 인물평' 정도가 이 책의 정체(?)에 가장 가까우리라 본다...

걷다가 문득 2025.03.02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7.에필로그 - Let it be Mongol

호텔 조식을 각자 자기 방에서 먹었다. 룸서비스를 받은 것은 아니고,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일러서 아침밥을 준비할 수가 없다고 호텔 측에서 전날 미리 샌드위치를 하나씩 넣어 준 것이다.그렇게 이른 시간에 호텔을 나서 징기스칸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에 내렸다. 몽골에 비하면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내가 한국에 없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폭염은 일단 지나간 듯했다. 집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몇 시간 만에 문자와 카톡이 밀린 고지서처럼 쌓였다. 고객님 어쩌구 하는 문자가 절반, 지인들의 안부 문자가 절반이다. 대체로 오늘 내일쯤 귀국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인지라 오면 만나자는 연락이 대부분이었다.몽골에서 대박 한번 내보라는 격려의 문자도 있었다.실제로 대박의 꿈을 안고 몽골을 들락거리는 한국인들이 많다...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6.열 사흗날 – 초원에서 도시로, 몽골에서 러시아로

어제 숙소는 우리가 묵었던 곳 중에서 두 번째로 열악했다. 이곳엔 도마뱀도 없는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양쪽 다리에 빼곡히 온통 벌레 물린 흔적이다.해돋이의 감동마저 없었다면 이번 숙소(바양블락)를 아마도 최악으로 기억했을 것이다.해돋이만큼은 엊그제 차강소브라가 해넘이에 버금갈 정도의 장관이었다. 이시백 작가는 이런 일출은 처음 본다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몽골에 15번째 왔다는 분이 처음 보는 풍광이라면 나같은 사람에게는 행운의 아침이 아닐 수 없다.초원에서 마지막 짐을 싸서 숙소를 나서다가 문기둥이 희한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세상에! 규화목이었다. 나무가 그대로 굳어 돌이 되었다는, 1억 년을 헤아리는 규화목이 숙소의 문지기로 서 있었다. 천년 된 은행나무로 집을 짰느니 하는 소리는 몽골에선 꺼내지..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5.열 이튿날 – 조장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강소브라가를 나서 바끄가즐링촐로로 가는 날.열흘 이상의 여행일정 중 막바지 이틀을 남겨놓은 경우 대개는 아쉬움 반, 집생각 반이다.나? 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솔직히 한 보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집생각이 안 나는 것은 아니다. 집생각 2, 아쉬움 8.출국하는 날 이 비율은 어떻게 변할까?바끄가즐링촐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곳에서 처이린사(Цойрын хийд)라는 규모가 꽤 큰 사원을 만났다.사회주의 시절 몽골의 불교는 거의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사회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승려들은 근로인민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반혁명 분자들이다. 1937년 무렵 스탈린 시절에는 무려 28,000명에 이르는 승려와 정치인이 숙청됐고 수많은 사원 중 단지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체되고 불태워졌다. ..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4.열 하룻날2 – 흐미 잡것!

차강소브라가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른다. 다른 명승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기도 하고…어쨌든 차강(Цагаан)이 들어가면 몽골에서는 일단 좋은 것이다. 몽골의 상징과도 같은 게르는 예외 없이 흰색, 즉 차강이다. 전통적으로야 그렇다 쳐도 염색기술이 발달한 요즘이라면 색색의 예쁜 게르가 한 채쯤 있을 만도 하지만 흰색 이외의 게르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몽골인들의 일상 음식이자 손님을 대접하는 정성 그 자체인 수테차와 마유주도 흰색이다.‘흰 달’이라는 뜻의 차강 사르(Цагаан сар)는 몽골의 설날이다. 이 날 우리의 떡국과 만두처럼 준비하는 것이 흰색의 보츠(찐만두)이다. 집에 따라서는 수천 개를 빚는다고 하던데 그게 어느 정도 분량이 되는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질 않는다.현재 사용중인 몽..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3.열 하룻날1 – 닿지 않는 바다

아침밥을 먹고 어제 본 양양 앞바다 수평선 쪽으로 걸어가 봤다.1시간을 걸었지만 마치 제자리걸음을 한 것처럼 수평선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아마 3시간을 걸어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바다를 포기하고 돌아오는 귀로에 말떼를 만났다. ‘저 앞에 보이는 숙소까지 갑시다!’말들이 택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설령 태워준다 해도 고삐도 없는 말을 내가 무슨 재주로 타겠나?택시를 놓치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테라스 같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차를 한 잔씩 놓고 시 한 수씩을 읊고 있었다. ‘우와! 이 모임, 수준 감당 안돼!’박남준 시인의 시집을 돌려 읽으며 낭독하는 시간. 나도 한 편 읽었다.진 씨 성을 가진 퇴직 교사 한 분의 순서가 되었다.고비에는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바다가 있다그리움에 피멍든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