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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어 어둡고 미련한 사람

눈이 없어 어둡고 미련한 사람이 한낱 무지랭이라면 저 혼자서나 미물로 굼벵이처럼 구부린 채 뒹굴다 가지만, 만일 한 집단의 어른이나 남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 또는 나라를 다스리는 권세 가진 사람이 그런 눈을 하고 있다면 온 집안 온 나라를 미욱한 어둠 속으로 캄캄하게 처박으면서 온통 짐승들이 횡행하는 똥밭으로 만들고 말 것이니 얼마나 겁나고 무서운 일이냐?『최명희, 혼불4, pp.14.~15.』읽어야지 읽어야지 계속 미뤄왔던 대하소설 혼불을 읽기 시작했다.전체 10권 중 4권 초입에 저런 구절이 나온다. 1998년에 돌아가신 작가 최명희가 2022년 5월부터 3년 가까운 기간의 대한민국을 경험했을 리 만무한데 말이다.'눈이 없어 어둡고 미련한 사람'이란, 우선은 그 당사자이지만 한편으론 그 자를 발..

유행하는 단어의 생명력

제가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하나 벌였는데(?), 과제를 적어내다 문득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글을 공유해봅니다. 이 경우에 갑분싸가 아닐지? ㅎㅎ 과제> 최근에 유행하는 단어 중에서 합성어나 파생어로 간주하기 어려운 예들을 찾아보고, 그 단어들을 분석해 보자.몇해 전 초등생들을 인솔하여 자연 답사를 갔을 때 그 중 한 아이가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을 내려다보며 '와, 개맑다.'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 모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것 같았고 저도 앞뒤 맥락(?)을 살펴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용언 앞에 접사 '개'를 붙여 '대단히/많이'라는 뜻을 더하는 신조어가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일반화된 듯 보였습니다. 개맑다 외에도 개빠르다, 개잘생겼다, 개웃기다 등등.위 신조어..

걷다가 문득 2026.04.12

명사십리와 난대수목원, 바다도 좋고 산도 좋은 완도

늘 꿈꾸던 1박 2일 여행, 이번엔 성사됐습니다.쉽게 가기 힘든 곳, 완도를 다녀왔습니다. 섬이라서 가기 힘든 게 아닙니다. 완도는 섬이지만 육지와 가까워 배를 타지 않고도 연육교로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쪽빛 바다와 우수한 전망, 풍부한 해산물 먹을 거리를 지녔지만 남해안의 다른 관광지(여수, 통영, 거제 등)에 비해 관광객이 덜 몰리는 것은 사실입니다.산너머살구는 그런 곳을 찾아갑니다. 볼 거리, 먹을 거리가 우수한데 상대적으로 박터지지 않는 곳.이 한적한 바닷가는 사실 풍광만을 놓고 보면 전국 어느 해변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습니다. 고운 모래 덕에 발이 빠지지 않아 맨발로 걷기 좋은 백사장이 십리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명사십리입니다. 사실 십리는 조금 안 됩니다. ^^건강한 해변의 상징..

비오는 날의 돈 박물관

비오는 토요일,은행박물관 3곳을 다녀왔습니다. 우리은행, 한국은행, 신한은행 순으로.먼저 우리은행박물관.산너머살구가 방문하기 하루 전날(12일) 재개관한, 완전 신상입니다. ^^리모델링을 했다기에 몇 군데 손 좀 봤겠거니 했는데 아예 다 뜯어내고 싹 바꿔버렸네요. 이름도 바꿨습니다. 지난 2004년 개관할 당시의 이름이 [우리은행은행사박물관]이었는데 21년 만에 리모델링 개관을 하면서 [우리1899]가 됐습니다.이름 속 1899가 뭐냐? 우리은행의 전신 대한천일은행의 설립년으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행이라는 역사성을 내세운 겁니다.물론 좀 이따 방문할 신한은행의 생각은 다릅니다. 자신들의 전신인 한성은행이 1897에 설립됐으니 최초의 근대 은행 계보는 신한은행으로 이어진다는 거지요.누구 말이 맞는지..

몽골에 피서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올해 몽골을 두 번 다녀왔는데, 더위를 못 견디는 제겐 두 번 모두 기가 막힌 피서였습니다.갑자기 폭염이 시작된 7월 초순에 12일간(6월 29 ~ 7월 10일) 몽골로 몸을 피했었는데,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9월 초(9월 7~10일)에도 몽골에서 여름을 마무리했습니다.특히 이번 몽골행은 어느 셀럽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된 일정이어서 제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한국인의 표준 여행지, 테를지와 그 근방으로 짧고 알차게 3박 4일 다녀왔어요. 근데 사실은요 산너머살구 회원 여러분이 제겐 진정한 셀럽입니다.내년 여름에 모실게요. ^^ 2025. 9. 7.~10.

전자방 - 서울 성수동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블로그 체험단 활동을 하는 친구 덕에 성수동 맛집 한 군데를 다녀왔습니다.전자방. 먹방 투어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맛집이라던데 저는 이름조차 처음 들었습니다.동네 방(坊) 자가 붙었지만 한성의 52개 방(안국방, 회현방, 숭신방 등) 중에 전자방은 없었습니다.검색해보니 중국 상하이에 있는 동네 이름이네요. 초고층빌딩숲으로 유명한 상하이에서 조금 퇴락한 듯 고풍스런 건물로 가로를 이룬 옛 동네의 이름이 바로 전자방이랍니다. 아마도 이 집 주인은 성수동의 가로 풍경이 전자방을 닮았다고 착안한 듯합니다.그러고 보니 중국식 벽돌 건물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음식은 보통의 중국집 메뉴와 같습니다. 짜장면이 없다는 것 빼고는 ㅎㅎ아참, 군만두도 없네요. ^^탕수육인 듯 탕수육 아닌 ..

땀 흘려야 보는 꽃

이 꽃을 보려고 시흥에 다녀왔습니다.500년 연꽃 명소 관곡지의 시그니처 '전당홍'입니다. 오백 수십 년 전 강희맹 선생이 중국에서 들여와 이곳에 심어 퍼뜨린 품종이랍니다.새하얀 연잎의 끝부분이 연한 담홍색인 것이 외관상 특징입니다.함께 한 사람은 5명이지만, 어엿한 60차 정기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8월에 다녀온 첫 정기 여행이기도 합니다.8월, 이 무더위에 어딜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지만 연꽃 군락을 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연꽃은 왜 하필 여름에 피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으니 ^^좀 덥다 싶으면 정자에 앉아 부채질하면서 얼음물 들이켜니까 그냥저냥 견딜 만했습니다. 여러 말 필요 없이, 가서 보고 온 연꽃 사진 여러 장 차례로 올리면서 간단한 후기 후다닥 마칩니다. 더워서요. ㅎㅎ사진 즐감 ^^..

작두 타고 피서 다녀온 이야기

몽골 다녀온 이야기 올립니다.카페 정기 여행은 아니었지만 해외실적(?) 욕심에, 슬쩍 59차 명찰 붙여 후기란에 적어 올립니다. ^^12일간의 대장정을 함께 한 13명 길동무 중 8명이 카페 회원이니 산너머살구 59차 정기여행이라 쳐도 크게 무리는 아니지요?우선 몽골의 다양한 풍광을 슬라이드 연속 화면처럼 쭉~ 보시겠습니다.이번 여행은 울란바타르를 출발, 남으로 남으로 달려 고비에 머물렀다가 행로를 서쪽으로 틀어 항가이 지역을 돌아오는, 차량 이동 거리만 2,200km의 대장정이었습니다. 항가이 지역은 재작년에도 다녀온 바 있지만, 고비 지역은 코로나 직전에 간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약 7년 만의 방문이었습니다. 7년의 변화를 한번에 맞이해보니 피부로 느껴지는 누적치는 적지 않았습니다. 도로가 더 많이 포..

6년의 기다림, 시간만큼이나 멀리서 와주신 분들

금단의 영역, 남양주 궁집이 공개되면 산너머살구 회원들을 제일 먼저 모시고 싶었습니다.그렇게 기다린 세월이 6년 ㅎㅎ마침내 2025년 6월 20일 임시 개방이 시작되고 우리는 바로 그 다음날 궁집을 찾았습니다.아파트로 둘러싸인 택지에 위치한 한옥 문화재 중 거의 최고 수준입니다. 물론 전문 기관의 공인은 아니고 제가 보는 안목에서 그렇다는 얘깁니다. ^^크지 않은 영역인데도 마치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시야에서 아파트 배경이 사라져 버리는 마술 같은 공간입니다.궁집 가옥 기본에 전국 여기저기서 옮겨온 집들로 배치했는데도 마치 오래된 마을처럼 공간 구성이 자연스럽습니다.나머지 궁집 예찬은 공지 글 등을 참고하세요.지방의 어느 전통 마을을 방문한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눈길 가는 대로 걸었습니다. 우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