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연재글 149

강화도-3.

강화도의 서쪽, 배로 10분 거리에 석모도가 있습니다. 석모도를 찾는 이유는 주로 등산을 하거나 보문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그런데 이들만큼이나 유명한 석모도의 명물이 바로 새우깡에 중독된 갈매기떼입니다.배가 출발하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뱃전으로 사람들이 나오면 그 즉시 떼로 몰려옵니다. 사람을 겁내지도 않습니다. 새우깡만 준다면...근데 얘네들 이제 밥줄 끊기게 생겼습니다. 내년이면 석모도와 강화도를 잇는 연육교가 완공된다고 하네요. 지금 다리 잇기가 한창입니다."야들아! 지금부터 슬슬 진짜 새우를 잡아먹는 연습을 해야 할끼다!"아무튼 이 재미진 놀이를 함께 하려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머리 위에 새똥'은 각오하셔야 합니다. 물론 드문 일이긴 합니다. 갈매기들이 먹느라 바빠서(?) 똥쌀 생각도 안 하..

밴드 연재글 2025.02.27

강화도-2.

고려궁지 조금 아래쪽에는 성공회 강화성당이 있습니다.1900년에 세워진 한옥 건물을 마치 사찰의 가람배치인 양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성당 경내에는 불교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수 고목 2그루가 지키고 있습니다.종교의 포용력이랄까? 놀랍죠?좀더 꼼꼼이 살펴보면 더 놀라게 됩니다.태극문양 사이로 만든 성공회 십자가, 그리고 용마루에 올라앉은 십자가, 범종의 당좌에 새겨진 십자가 등등은, 본질 이외의 것에 집착하는 오늘날 한국 주류 종교의 천박한 모습과 크게 대비가 됩니다.성공회는 이렇듯 대범하고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태생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Church of England를 왜 聖公會라고 해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회의 시작은 그리 聖스럽지도 또한 公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신을 섬기기보다는 여자들..

밴드 연재글 2025.02.27

강화도-1.

지난 주에 강화도를 다녀왔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좀 지내겠습니다. 연속으로 세 편 올라갑니다.육지처럼 넓은 섬, 강화도에는 고려궁지가 있습니다. 몽골침략기에 고려왕실이 개경에서 강화로 도읍을 옮겼었지요. 실제로 이 작전(?)은 효과가 있어서 물길에 약한 몽골군은 무려 39년간이나 강화해협을 건너지 못합니다.고려궁지, 즉 고려 왕궁이 허물어진 터에는 나중에 조선왕실의 행궁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곳에 외규장각도 자리잡습니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임대 형식으로 반환받는다고 해서 지난 2011년에 온나라가 떠들썩했었죠? 바로 그 역사의 현장입니다.그럼, 外규장각 말고 本규장각은 어디에 있을까요?창덕궁 후원에 있습니다. 눈 쌓인 부용지 너머로 보이는 2층 누각 건물이 주합루(..

밴드 연재글 2025.02.27

서울 창덕궁-5(주변).

이제 북촌입니다.창덕궁을 나서 경복궁으로 향해 가는 길에 수백 채의 한옥(종로구청에서는 999채라 표현)을 만날 수 있는 옛동네가 북촌한옥마을, 혹은 가회동한옥마을입니다.종로의 북쪽이라서 북촌(北村)이라 불렸던 이곳은 조선의 고관대작 상류층이 모여 살던 도성 최고의 명당 주거지였습니다. 조선 팔도 최고의 명당 자리가 궁궐인데 창덕궁과 경북궁 사이의 북촌, 경북궁 서편의 서촌이 명당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솟을대문을 열면 너른 마당이 펼쳐지고 그 배경으로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늘어선 아흔아홉칸 고래등 같은 정승댁, 판서댁이었을 겁니다.일제강점기 이후 정승댁은 중소 규모 가옥으로 재건축되었고 서로 일렬로 마주 보고 선 수백 채의 개량형 한옥들로 도시형 골목을 이루었습니다. 슬레트 홈통에 창문 ..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울창덕궁-4(주변).

창덕궁을 나와 안국역에서 북촌으로 향하는 초입, 옛 창덕여고 자리에 헌법재판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헌재 얘기 하자니 또 울컥하네!'지금의 헌재가 자리잡기까지 이 터에 정말 많은 거주자(?)가 거쳐 갔습니다.19세기 중반 이곳은 효명세자비 신정왕후 조씨(대원군과 거래한 바로 그 조대비)의 친정 자리였습니다. 조선 말 안동 김씨와 더불어 세도정치를 양분하던 풍양 조씨의 가택이었으니 그 세도가 어땠겠습니까?그후 북학파 박규수가 살다가 구한말 홍영식이 살았으며 그가 죽은 후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이 들어섰습니다.1910년부터 경기여고(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1941년부터 1989년까지 창덕여고가 있었고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사람들이 지레 주눅들어서 그렇지, 헌재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울 창덕궁-3.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유는 후원(後苑)에 있습니다.궁궐에 딸린 시설이니 최고의 정원인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런 위상을 떠나 후원은 한국전통정원(원림)의 백미로 불립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자연인 것처럼 가장하지도 않았습니다.중국, 일본과 비교해볼까요?중국 정원은 일단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고 자연의 공간과 인공의 공간을 강하게 대비한 특징이 드러나며, 일본의 정원은 축소하고 만지고 다듬고, 한 마디로 아기자기하고 예쁩니다.반면 창덕공 후원에서 느껴지는 한국정원의 특징은 자연 그 자체에 들어가 앉아 전체 경관 속의 조화로운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카멜레온처럼 색과 선을 가장하여 그곳에 숨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 색과 선을 지닌 그곳의 일원으로서 조화를 이룬다는 거지요.민간정..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울 창덕궁-2.

창덕궁은 임진왜란으로 불탄 경복궁을 대원군이 중건할 때까지 300년 가까이 조선 왕조의 정궁이었습니다. 경복궁을 지은 지 10년 뒤인 1405년, 정궁 경복궁의 이궁(별궁)으로 지었으며 동쪽에 있다 하여 창경궁과 함께 동궐(東闕)이라 불렀습니다(경복궁은 북궐, 경희궁은 서궐).경복궁이 광화문에서 흥례문, 영제교를 건너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으로 정연한 일직선상에 전각 배치를 한데 비해 창덕궁은 돈화문을 들어서서 금천교를 건너 진선문, 인정전, 희정당, 대조전으로 이어지는 전각을 산자락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였습니다.이걸 어려운 말로 ‘비정형적 조형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창덕궁 홈페이지에서…짧은 시간에 창덕궁을 둘러볼 경우 유난히 눈에 익은 건물이 있을 겁니다.2층 누각 팔작지붕의 당당한 위엄..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울 창덕궁-1.

오늘은 서울 이야기입니다.서울이 서울일 수 있는 건 궁궐 덕이 아닐까요?궁궐을 빼고 나면 서울이 왕조의 500년 도읍지였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까? 서울은 지난 일백 년 간 역사의 흔적을 급하게도 망각해왔습니다.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사이에서 일제강점기를 지울 수만 있다면…4대문을 축으로 18.6km 길이의 도성이 에둘러있고 이른바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경운궁), 경희궁-과 종묘와 사직, 그리고 육조거리, 종로거리가 건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역사문화도시 서울이 지금 남았을 것입니다.그러나 이젠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부족하나마 되돌려 놓은 것에 관심 갖고 아낄 일입니다.사실 서울에 있는 조선왕조의 흔적 중 상당수는 최근에 되돌려 놓은 것들입니다...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산-6.

황금산 코끼리바위 아시나요?서산에서는 비교적 hot한(?) 관광지입니다.서해에 거대한 코를 박고 바닷물을 들이키는 코끼리바위, 지글지글 몽돌해변, 굳건하고 아름다운 해송과 야생화, 게다가 그 이름도 번쩍번쩍 황금산!이 거창한 산이 사실은 해발 156m의 자그마한 동네 야산입니다.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산에 오르면 매년 4~5월경 남쪽바다에서 흑산도를 거쳐 연평도로 향하는 수억 마리의 조기떼가 물과 함께 반짝거리는 장관을 볼 수 있어서 이를 황금에 비유했다고도 하고, 금을 캐던 광산을 품고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고도 합니다. 이름처럼 실제 금을 캤던 2개의 동굴이 남아있습니다.지역구 야산이었던 황금산이 최근 전국구 명물이 된 것은 단연 코끼리바위의 힘입니다.물이 빠지고 나면 기괴한 모양의 해안..

밴드 연재글 2025.02.19

서산-5.

오늘은 간월도의 세 가지 것을 올립니다. 굴밥, 독살, 주꾸미그물.서산방조제 이전, 간월도가 섬이던 시절에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했습니다. 간월암에서 득도한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한 후부터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왕실 진상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어리굴젓기념탑도 있습니다.유명세는 아직도 이어집니다만 사실 옛 명성에다가 내리막 기어 얹었다고 보시면 됩니다.명성의 흔적은 해안도로를 따라 쭉 늘어선 영양굴밥집에 남아있습니다. 이 많은 굴밥집 중 외지인들이 줄서는, 속칭 갑장은 맛동산입니다.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 말고 굴밥집의 이름이 맛동산입니다.이 집도 명불허전의 맛집이지만 좀 ‘덜 유명’해도 재료와 정성에서 미세한 차이가 나는 이 바로 큰마을영양굴밥입니다.전국에서 가장 ‘안’ 친절하다(불친절과..

밴드 연재글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