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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고은 麗水, 꽃도 곱고 밤도 고와라!

여수, 여수, 노래를 부르다 못해 '여수 밤바다'까지 링크를 걸어놓고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 여행!!! 여수 오동도 향일암을 "마침내" 다녀왔습니다. '진인사대천명', '시작이 반' 뭐 이런 말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지만, 제가 맨 먼저 할 일은 첫 여행을 빛내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큰절입니다. 넙쭉!물이 곱네, 꽃이 예쁘네, 경치가 예술이네 해도 여행지의 회상은 단연 '먹는 것'입니다.여수 도착하자마자 삼학집 '서대회무침과 갈치구이' 먹어주시고, 저녁엔 솔잎횟집 쥔장이 직접 잡은 '자연산 세꼬시' 드셔주시고, 다음날 점심은 두꺼비집의 밥도둑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으로 마무리해주십니다. 아침에 먹은 종점모텔횟집의 '해물된장찌개'는 평범했던지라 사진 생략합니다.이 중 단연 인기 폭발은 두꺼비집의 ..

보신탕은 보신탕

개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집입니다.지나다니면서 늘 무심히 봐왔지만 오늘은 왠지 '보신탕'이라는 말에서 새삼스러운 느낌이 전해집니다. 거의 30년 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당국에서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놀랄까봐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고 개고기나 보신탕이라는 용어를 간판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단속도 벌였습니다. 그때 생겨난 대체 용어가 영양탕, 사철탕입니다. 법이라는 것이 사람들 잔머리를 따라 올 수는 없는가 봅니다. 그 시절 '보신탕' 간판에서 가운데 '신'자를 떼어내고 검정고무신을 접착제로 붙여 놓은 식당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읽으면 '보(신)탕'이 되지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 '보신탕'은 금지어였습니다.그런데도 이 집 간판은 예나 지금이나 영남보신탕입니다.이..

걷다가 문득 2025.01.05

청목 - 경기 이천시 사음동

이천쌀밥 한정식을 먹고 왔습니다.경기도 이천에서 생산되는 쌀은 예로부터 밥맛이 좋아 임금님께 진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을 나와 시내 방면으로 4km쯤 가면 쌀밥정식을 파는 집 대여섯 군데가 나옵니다. 다들 아시죠? 이렇게 같은 음식을 파는 집이 몰려 있으면 유독 한 집만 사람이 몰린다는 불편한 진실!그곳이 바로 '청목'입니다. 쌀밥정식집은 여기 말고도 이천 시내 곳곳에 수도 없이 많지만 어느 때부턴가 청목이 이천쌀밥집의 대명사입니다.사실 청목을 소개하는 사진은 이거 하나면 끝입니다. 간장게장, 조기조림, 꽁치구이, 수육 보쌈, 돼지고기 장조림, 콩비지찌개, 야채쌈과 강된장, 우거지국, 잡채무침, 파래김, 데친 미역, 부침개, 겉절이, 각종 나물과 솥밥 그리고 솥밥에서 나..

나무 가지가 서로 붙기도 합니다.

순흥 읍내리(경북 영주시)의 연리목입니다. 나뭇가지가 서로 붙어버린 것을 연리지라 하고 그런 나무를 연리목이라고 합니다. 예부터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며 그래서 예식장 이름으로 많이 쓰입니다. 잠실 향군회관에도 연리지웨딩홀이 있고 창원, 익산 등 전국 곳곳에 같은 이름의 예식장이 많이 있습니다.모양을 봐서는 꽈배기 브랜드로 어떨까 싶습니다. 아니면 수타면?2011. 07. 20. 경북 영주시 순흥면사무소에서

걷다가 문득 2025.01.05

겨울바다 간대놓고 이틀 내내 먹다만 왔네

우리나라(북한 빼고) 최북단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입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남과 북의 휴전선이 일직선이아니라 양구, 인제를 지나 고성에 와서는 반원을 그리며 북쪽으로 치솟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솟아 올라간 위쪽에 대진해수욕장이 있고 이곳에서 10km 남짓 더 올라가면 휴전선입니다. 여긴 제트스키 반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시속 80km로 당기면 바다로 월북하는 데 10분도 안 걸리거든요. 그 만큼 휴전선이 가까운 곳입니다. 이곳에 놀러가자고 하니까 아이들 관심은 첨엔 온통 '이북'이었습니다. "북한이 보여?" "사람도 나와?"하지만 탐욕스런(?) 어른들로 인해 주말 이틀을 식탐으로 채우다 돌아왔습니다. 토요일 점심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다섯 끼의 메뉴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물론 반주는 필수..

나의 글(기고) - 재미있는 우리말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누리집(웹진의 순화어입니다) '쉼표 마침표'의 한 꼭지를 맡았습니다. 쉼표 마침표는 매주 수요일에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소식지인데 2013년 2월 첫 주(6일)부터 '재미있는 우리말' 코너에 제 글이 나갑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재가 바닥나면 더 하라고 해도 못 하겠지만 그 전에 '정중한' 필진 교체 연락이 오겠지요?갈 데까지 가봅시다! 2013. 02. 06. 남겨진 미련은 있지만 담겨진 장미는 없다2013. 02. 13. 양복집 주인은 양복장이 단골손님은 양복쟁이2013. 02. 20. '삼가해'라는 말은 삼가 주세요2013. 02. 27. 행복하게 사세요 건강하게 지내자바로 가기

생각하며 걷는 두 시간, 비수구미 가는 길

비수구미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뭐라고? 어딜 다녀왔다고?"화천 비수구미마을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파로호나 평화의 댐을 얘기하면 '아, 거기 근처야!'하고 비로소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산골 오지 마을을 제가 활동하는 한국문화답사회 회원들 100여 명과 함께 다녀왔습니다.마을의 역사는 한국전쟁 때 피난 왔다가 정착한 화전민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 이전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비수구미마을이 그만큼 오지였다는 뜻이지만 그래도 어지러운 세상과 연을 끊고 이곳에서 조용히 살다 간 사람들은 아마도 있었을 겁니다. 이름의 유래가 되는 非所古未禁山東標(비소고미금산동표)는 왕궁 건축에 필요한 나무를 베지 말라는 금표라고 하는데… 도무지 한자 해석이 안 됩니다.해산터널 앞에서..

막창의 추억 20년 뒤 - 생활사의 고장, 참외의 고장, 성주를 찾다.

성주(星州)는 생활사(生·活·死)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군 홈페이지에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왕가의 태를 묻은 곳이니 生의 터입니다. 한개마을의 전통이 이어지는 活의 고장입니다. 성산고분군으로 대표되는 死의 안식처입니다. 그러니까 나서 살고 죽을 때까지 성주에만 있으면 다 됩니다.그런데 이런 캐치프레이즈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충효의 고장'만큼이나 허망한 얘기입니다. 이런 얘기 말고 좀더 피부에 와닿는 성주의 이름표는 '참외의 고장'입니다. 고속도로 성주 나들목을 들어서면서부터 참외 캐릭터가 제일 먼저 보입니다. 성주 참외가 유명하다지만 우리나라 참외 생산량의 70%에 육박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깜딱!' 놀랐습니다. 성주에서 참외 파업하면 그해 여름엔 참외 먹기 글른 겁니다. '큰 거 하나에 만 ..

무령왕릉도 안 갔으믄 공주서 뭘 봤디야?

공주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공주대로부터 박물관 전시기획 특강 요청이 왔습니다.당연히 가야지요! 마침 날짜도 토요일이니 겸사겸사 식솔들 대동하고 1박 2일 놀러 갔다 오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그런데 제가 '공주'를 워낙 모릅니다. 아내 외에는 모든 여자에 관심이 없거든요.공주와 연관 있는 지인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공주 출신 직장 동료, 박물관 짓는다고 공주에 체류 중인 후배 등등그들의 한결 같은 답변은 '공주엔 놀 게 별로 없는데…''할 수 없다. 무령왕릉하고 공산성이나 다녀 와야지!'우리가 출발한 날은 월요일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주말 황금연휴의 첫날. 서울 톨케이트 2km 전 지점을 지날 무렵이 아침 7시였는데 공주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40분. '멘'은 이미 '붕'했지만 억지 미소를 지어가며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