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북한 빼고) 최북단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입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남과 북의 휴전선이 일직선이
아니라 양구, 인제를 지나 고성에 와서는 반원을 그리며 북쪽으로 치솟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솟아 올라간 위쪽에 대진해수욕장이 있고 이곳에서 10km 남짓 더 올라가면 휴전선입니다. 여긴 제트스키 반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시속 80km로 당기면 바다로 월북하는 데 10분도 안 걸리거든요. 그 만큼 휴전선이 가까운 곳입니다. 이곳에 놀러가자고 하니까 아이들 관심은 첨엔 온통 '이북'이었습니다. "북한이 보여?" "사람도 나와?"
하지만 탐욕스런(?) 어른들로 인해 주말 이틀을 식탐으로 채우다 돌아왔습니다. 토요일 점심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다섯 끼의 메뉴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물론 반주는 필수!
1. 점심: 목살 화로구이
1-1. 간식: 라면
2. 저녁: 찜닭과 백숙 세트, 자연산 전복, 문어 숙회
3. 아침: 닭죽
4. 점심: 문어 볶음, (이름 모를) 생선구이
5. 저녁: 목살 화로구이 어게인
멍게, 성게, 가리비, 세꼬시 등등 대진항만 나가면 해산물 천지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막상 우리가 갔을 때는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고기잡이배가 못 나갔다네요. 그나마 미리 잡아 놓은 전복마저 없었다면 닭만 먹다 올 뻔했습니다. 전복은 모두 자연산인데,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태생은 똑같이 종패입니다. 종패를 가두리에서 키우면 양식, 일정한 지점에 뿌려 바다로 퍼져 나가면 자연산입니다. 태생부터 자연에서 부화한 '레알' 자연산은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만난다고 알아볼 수나 있겠습니까?
이웃집 해녀가 전복에 덤으로, 얼린 피문어를 주더군요. 이게 또 예술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양념에 졸여 먹어도 맛있습니다.
아이들은 썰매가 좋았겠지만, 저는 잘 먹고 잘 쉬다 왔다는 기억이 가장 큽니다. 겨울바다 간다고 해놓고 맨 먹다만 왔지만 이럴 때 남녀노소, 지위고하, 사농공상을 안 가리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2013. 01. 26.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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