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훈의 테마기행/2016~20년 25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③셋째 날 –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린다.

‘내일 뒹굴거리려면 오늘은 달려야 합니다.’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다. 오늘 아낀 귀한 시간은 다음날 오전 반나절의 선물 같은 농땡이로 보상받았다.그러려면 오늘은 죽어줘야 했다. 고비의 비포장도로 440km를 달린다는 것은 놀이동산에서 팡팡카를 12시간 동안 타는 것과 같다. 멀미에 체증이 겹쳐 실제로 여성 여행자 한분은 점심도 거른 채 그늘에 누워 휴식을 취한 후에야 안정을 찾을 수가 있었다.고비를 달리는 팡팡카의 이름은 그 이름도 외기 쉬운 ‘프루공’. 푸르고 빈(空) 몽골의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차는 그야말로 몽골 투어에 최적화된 차량이다. 애초에 소련 군용차로 만들어진 만큼 힘과 직진성은 동급 최강이다. 다만 군용이 만국공통으로 그러하듯 승차감은 제조 당시부터 아예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②도착 이튿날 – 사서고생 그리고 풍찬노숙

남고비로 향하는 여정의 첫날이다.전체 일정을 이끄는 소설가 이시백 선생은 금번 여행을 네 글자로 하면 ‘사서고생’, 한자로는 ‘풍찬노숙’이라고 일러주었다.풍찬노숙에 화장실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유별할 뿐이다. 저쪽 편은 남자, 이쪽 편은 여자. 서로 고개 돌리기 없기. 고개 돌렸다가는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될 거라는…"뭘 그리 멀리 갔어?""넘덜이 볼까봐""빨리 와. 차 출발한대"**두 분은 부부다.300km도 안 되는 거리를 점심시간 포함 무려 8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끄가즐링촐로(Бага Зэрлэг Чулуу). 낮은 바위분지라는 뜻으로 가로로 판상절리를 이룬 높고 낮은 바위산이 뭔가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이곳은 몽골초원에서 크게 떨쳐 대제국을 이뤘던 훈족..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①프롤로그 - 유목민을 위한 변명

가을이면 만리장성 넘어 말을 달려오는 야차 같은 도적떼들.정착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북쪽의 유목민은 공포의 악귀일 수밖에 없다.하늘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제 곧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물자를 마련할 때가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말이 살쪘다는 것은 봄과 여름을 지나며 풍족한 초지에서 배를 불린 말들이 언제든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화북지방 농경민들에게 하늘이 높고 말이 살쪘다(天高馬肥)는 것은 풍요로운 가을의 낭만이 아니라 예고된 재앙을 앞둔 공포였던 것이다.도대체 유목민은 왜 농경민을 약탈하는 것일까? 태생적으로 호전적이어서?틀린 말은 아니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나고 자란 탓에 적자생존의 결과로 강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 맞장뜨기에 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개별 전투력 면에서 ..

3가족 9명이 평일 오후에 정동길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11월쯤 어느 카페에서 박물관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일이 있었습니다.말이 특강이지 사랑방 담화 수준의 가벼운 자리였습니다. 그때, 마치는 말을 겸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아이들 방학 하면 함께 정동길 다녀오는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오늘 언급한 여러 박물관들을 둘러보는 여유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농담처럼 던진 약속을 어제 실천했습니다.경향신문사 쪽에서 덕수궁 대한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통상 걷는 정동길의 역주행이지요.별로 추운 날씨도 아닌데 빛의 조화가 녹색 마스크를 만들어 줍니다.뭔가 상서롭죠? ^^경향신문사와 프란치스코교회를 조금 지나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여학교 이화학당(지금은 이화여고)이 나옵니다. 외부인들은 심슨기념관만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심슨기념관은 이화박물관의 별칭.정동교회에..

인천에 가면 생선회도 먹고 야구장도 가고 연안부두도 따라 부르고

아이들 데리고 야구장 좀 다녀왔습니다.이걸 딱히 여행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2016년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6월이 다 가도록 글이 한 편도 없는지라 좀 억지로 만들어 올립니다. 뒤늦은 마수걸이지요 뭐! ^^인천문학구장 야구장에서 SK 대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인천이 SK 홈이니까 두산 유니폼 입은 우리들은 3루 원정팀 쪽에 자리잡았습니다.진중하게 앉아서 야구에 몰두(?)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있으면 애들이 아니죠?난간 붙잡고 서 있다가 야구장 요원에게 한 소리 듣고,조금 앉아 있다가 떡볶이 사다 먹고,또 조금 앉아 있다 선수들 몸푸는 불펜으로 우르르 몰려가고…뭘 보나 하고 저도 좀 들여다봤습니다. 음~ 고원준 선수가 몸을 풀고 있네요.모자 만지고 있네요. 저게 사인인가 봐요.사실 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