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가까워진 주왕산, 멀어진 무박

kocopy 2025. 3. 2. 10:23

아~~ 머리에 쥐난다!
같은 코스를 4년 만에 또 다녀왔으니 후기를 어떻게 쓸 것이냐??
근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몇 장 찍지도 않았는데 초장에 카메라가 망가져서 후기를 쓸 재료(?)가 없어져 버렸네요. ^^
다행히 망3핸썸보이, 보노보노 님이 멋진 후기들을 올려주셔서 저는 기냥 있는 사진 내에서 간단하게 적어보렵니다.

 

우선, 주왕산 무박 코스는 이번이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무박으로 가기엔 이제 주왕산이 너무 가까워진 탓입니다. 작년 12월에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뚫린 덕에 서울~주왕산 코스 소요 시간이 거의 1시간 가까이 단축됐습니다. 쉬지 않고 가면 여유있게 가도 3시간 반이면 도착하니, 이거 원 시간 조절하기가 여간 난감한 게 아닙니다.

너무 가까워져도 탈이네요. ㅠㅠ
하는 수 없이 청송휴게소에 차 세우고 1시간 동안 취침했습니다. 장노출로 찍었더니 아침처럼 보이지만 저때 시간이 새벽 3시 반경입니다.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해서 오뎅 한 꼬치씩 먹어가며 시간을 죽여봐도…

칠흑같은 어둠은 걷힐 기미가 안 보입니다. 오뎅도 물린다! 별을 보며 주산지로 출발!
밤하늘의 별이 쏟아질 듯 촘촘하지만, 정작 행려자의 길을 비춰준 건 랜턴이었다는 ^^

사진으로는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몇몇 사진은 회원님들의 것을 도용했습니다. ^^)

1시간쯤 지나니 이 정도……

또 1시간쯤 지나니 이 정도……

그 사이에 우리 회원들은 호숫가를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아침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새해맞이 일출객처럼 ^^

'어라? 평소에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 '그 분'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어둠 속이라 사람은 식별이 안되고 목소리만 들리는데, 1시간이 넘도록 그 분이 안 보입니다. 너무 추워서 버스로 돌아갔나?

세상에나!!!
말도없이(?) 이러고 있었습니다. 뭐하나에 꽂히니까 정말 쥐죽은 듯 하네요. ㅎㅎ

등에 맨 저 가방 속엔 몽땅 카메라 장비들뿐입니다. 진정 당신께 경의를 표합니다.

어둠이 걷힐 때까지 망부석인 듯 렌즈만 응시하며, 간혹 '아, 손 시려!' 소리만 되뇝디다.

주산지를 내려와 아침밥 먹고 주왕산으로 향합니다.
어제 주왕산자락에서 노숙하다 합류하신 까뮤 님이 챙겨온 거제도 돌문어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아침 8시부터 한잔 ^^

주왕산 단풍은 끝물입니다. 물론 알고 가긴 했지만 예상보다 조금 더 늦은 듯했습니다.
그래도 단풍객들은 어찌나 밀려오던지, 우리가 하산하던 11시 무렵엔 어디 콘서트장 입장객들을 방불케 했습니다.

운좋게 다람쥐가 렌즈에 잡혔습니다. 저 볼때기에 그득한 건 도토리겠지요?

주왕산으로 밀려드는 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화 신고 폭포까지만 다녀옵니다. 특히나 용추폭포(제1폭포)는 맨발로도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실제로 이곳까지 유모차가 오는 것을 봤습니다.

제2폭포라 불리는 절구폭포입니다.

가장 크고 넓은 용연폭포(제3폭포)입니다.

폭포 3곳 다녀오고는 '주왕산 다녀왔다'고 자랑하면 산 다니는 사람들은 웃습니다.

이상 폭포 사진은 4년 전 것을 재활용했습니다. '카메라가 망가졌다니깐요!'

 

이제 청송읍내로 갑니다. 가는 길에 드시라고 '유명한' 청송사과 하나씩 들려드리고 만보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식당인데 오늘은 조금 불편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 소신(?)이 어찌나 완강하신지?

상세한 얘기는 여기 안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만보식당 계속 갈 겁니다. 산너머살구 회원분들을 모실지는 생각 좀 해보고 ㅎㅎ

밥 먹고 산책하기 좋은 소헌공원.

이 자리는 청송도호부 객사가 450년간 있었던 곳입니다. 일제가 1918년 경에 훼손한 후 청송읍사무소로 사용해 오던 것을 근 100년 만에 복원해서 시민공원으로 꾸몄습니다. 소헌은 세종비 청송 심씨 소헌왕후를 말합니다.

청송은 청송 심씨의 세거지로서 소헌왕후의 본향입니다. 왕후를 배출한 덕에 청송은 그의 아들 세조 때에 도호부가 됐습니다. 정작 소헌왕후는 청송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청송 심씨 세거지, 덕천마을에 들렀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99칸 송소고택을 오늘에야 보게 됐네요.

역시 한옥은 알아야 보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의 열정적인 설명을 무지 진지하게 듣고 있는 우리 회원들.

그리고 한옥은 툇마루에 앉아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뭘 좀 아는 초록물고기 님.

요즘은 군불 때는 한옥이 드뭅니다. 한다 하는 한옥엘 가도 대개 전기장판이 깔려있습니다.

이건 과연 뭘까요?

담 중간에 뚫린 구멍인데 담 안쪽 면에는 구멍이 하나, 담 바깥쪽은 구멍이 두개 뚫려 있습니다.

쌍안경입니다. ^^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개가 삽살개입니다.

유서 깊은 마을은 개도 예삿개가 아닙니다.

송소고택에서 단체사진 찍고 부랴부랴 서울로 향했습니다.

휴게소에서 30분 쉬고도 불과(?) 4시간 만에 종합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가까워진 주왕산, 그만큼 멀어진 무박.

이제 더 이상 주왕산은 무박 코스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주왕산 무박 막차 타신 겁니다. 
ㅎㅎ 웃고들 계시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