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훈의 테마기행/2016~20년

바람의 나라 14일의 비망록 17.에필로그 - Let it be Mongol

kocopy 2025. 3. 2. 09:55

호텔 조식을 각자 자기 방에서 먹었다. 룸서비스를 받은 것은 아니고,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일러서 아침밥을 준비할 수가 없다고 호텔 측에서 전날 미리 샌드위치를 하나씩 넣어 준 것이다.
그렇게 이른 시간에 호텔을 나서 징기스칸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에 내렸다. 몽골에 비하면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내가 한국에 없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폭염은 일단 지나간 듯했다. 집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몇 시간 만에 문자와 카톡이 밀린 고지서처럼 쌓였다. 고객님 어쩌구 하는 문자가 절반, 지인들의 안부 문자가 절반이다. 대체로 오늘 내일쯤 귀국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인지라 오면 만나자는 연락이 대부분이었다.
몽골에서 대박 한번 내보라는 격려의 문자도 있었다.
실제로 대박의 꿈을 안고 몽골을 들락거리는 한국인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는 더 많았다. 지하자원의 국제 거래가가 폭락하는 등 몽골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대박의 꿈은 잠시 소강상태다. 몽골은 올 초에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몽골에 선교를 다녀왔다는 한국인도 많다. 자신이 아는 좋은 것을 남에게도 권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하지만, 상대방이 이미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도 신의 뜻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타인을 개종하려 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몽골을 드나드는 한국인 중 일부는 19세기 무렵 아시아로 몰려들었던 유럽인의 가치관을 지녔다. 기회의 땅에서 사업으로 큰돈을 벌거나 아직 신을 모르는 미개한 아시아인들을 개종시키겠다던 그들도 미국과 유럽의 고향 친구들과 대박을 이야기하고 선교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대박?
선교?
몽골에게 그러지 마라!
초원은 버려진 땅이 아니다. 그곳의 기온과 강수량에 적합한, 그곳의 풀들이 자라는 땅이다. 그리고 그 풀들을 먹고 살아가는 가축들의 땅이자, 그 가축에 기대 사는 유목민의 땅이다.
유목은 유랑이 아니다. 유목은 순환이다. 순환의 지혜를 모르는 중국은 내몽골의 초원을 개발한다며 정착농경을 추진하다 결국 초지를 사막으로 만들어 버렸다.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뽑아 나무를 심고 도시생활을 누리게 되면 그땐 이미 거위배를 가른 것이다. 도시인은 고사하고 유목민도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되고 만다. 봄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의 근원이기도 하다.

몽골은 본래 종교에 개방적인 종족으로서 광대한 대제국의 후예답게 도교,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 등을 차별 없이 수용해왔으며, 대체로 저 푸른 하늘의 신 텡그리(天神)를 두렵게 받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놀랍도록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왔다.
그러니 두어라!
14일간 나를 위로하고 안아준 몽골에 대한 보답은 약소하지만 이것뿐이다.
let it be

쭉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