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밀리고 식당에서 줄서고 사람 많아 사진 찍기도 힘들고…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지?'
관광지에서 한번쯤 들었던 생각!
지금 함평으로 오세요!
한적한 여행지에서 나비처럼 너울너울 여유로운 날갯짓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함평은 나비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지라 봄의 절정 5월 주말에도 사람에 치일 염려가 전혀 없는 곳입니다.
관광지의 때가 타지 않은 곳!
그런데 이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유명 관광지의 약삭빠른 상혼이 없는 대신 서비스도 없는 곳입니다.
악착같은 호객행위가 없는 건 좋은 점이지만 여행에서 느끼고픈 활기마저 없으니 그건 아쉽습니다.
찾아가겠다고 전화한 손님이 주소를 못 알아듣는다고 목소리를 다단으로 높여가는 걸 옆에서 보면서, '영업이 그리 아쉽지는 않나보군! 이걸 순수하다고 봐야 하는지?' 하는 쓴웃음을 짓게 됩니다.
보리밥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 갔더니 저녁 술손님 예약 때문에 보리밥을 안 했다나… (그나마 다행히 불친절하지는 않았습니다. ^^)
아무튼 결론은 여수, 통영, 속초 등 '척하면 척 알아듣는' 유명 관광지와 함평은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그재그로 허위허위 걸으며 한적함을 즐기다 왔습니다. 직진하지 않는 나비처럼…
우리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돌머리 해수찜입니다.
첫날 5시부터 해수찜 한판 들어가고, 근처 주포항(酒浦; 우리말로 술항개라네요. 세상에 ^^)에서 회 한 접시에 저녁 먹고, 아침에 일어나 8시부터 해수찜 한판 더 하고, 근처 해변을 거닐다 돌머리를 나선 시간이 거의 11시경!
이번 함평여행은 어찌하다보니 의료관광이 돼버렸습니다. ^^
그래도 뭐 해수찜 사용전, 사용후, 사람들 때깔이 다릅디다.
약쑥과 국화를 말려 적당히 데운 바닷물에 우려내고 여기에 소나무 장작을 태워 1,300℃ 이상으로 달궈 낸 유황석을 이 물에 집어넣으면 벌건 유황석이 바닷물을 데워 온도를 80℃까지 올립니다.
이상의 과정은 이 짧은 동영상 하나면 설명 끝입니다.
이걸 수건에 적셔가며 몸에 찜질을 합니다. 1시간이 넘어가면 물이 상온에 가깝게 되고 이때부터는 바가지로 물을 퍼서 직접 옷을 적시고 좀더 지나면 반신욕도 할 수 있습니다.
돌머리 해수찜은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함평의 특산품입니다. 그 옛날엔 갯벌에 구덩이를 파고 바닷물을 담아 똑같은 방식으로 해수찜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엔 갯벌 구덩이 대신 사우나 시설 속에서 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전통방식을 응용했다지만 암만봐도 일본식 목간통이 연상됩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그 영향을 왜 안 받았겠습니까?
해수찜은 알겠는데 돌머리 해수찜은 뭐냐 싶으시죠?
이 동네 이름이 돌머리입니다. 한자로 石頭마을이라고도 합니다. 바닷가로 불쑥 튀어 나온 바위 지형으로 인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아~ 아~ 돌머리 이장입니다. 잠시 안내 말씀 올리겄습니다! 근디 나가 시방 뭐라고 했당가요?"
돌머리해변은 조수간만차가 워낙 커서 이렇게 가두리(?) 해수욕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만조 때 둑방까지 물이 차오르면 물위를 걷는 멋진 컷이 나오겠지요?
함평의 또다른 한적함을 찾아 모평마을과 그 옆의 산내리예술마을을 갑니다.
함평에서는 모평마을을 뭐라고 홍보할까요?
흙담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물론 이 담장들은 만든 지 10년 정도밖에는 안 됐습니다. 500년 전통의 파평 윤씨 집성촌이지만 가옥은 대부분 최근에 복원한 것들입니다.
애초에 이 마을에서 한옥숙박하려고 했었는데 해수찜의 유혹에 한끝발 밀리고 말았습니다. ^^
흰색과 자색의 작약이 한복의 우아랫도리처럼 자태가 곱습니다. 물레방아도 정겹고요.
지난 천년 동안 한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일명 '천년샘', 안샘입니다.
좀 괴기스럽죠? 뒷편에 대숲이 있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싶었던 곳입니다. 가운데 저게 왜 있냐구?
이런 게 있더군요! ㅎㅎ
물레방아 옆 한옥 안에 당구대라? 왜???
수평은 맞췄나 몰라?
산내리예술마을! 전국 농어촌을 유행처럼 강타했던 벽화마을입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다녀가면 일단 기본적인 유명세는 얻게 되지요!
벽에 벤치가 있어서 잠시 앉았는데 저 자세로는 1분도 못 버티겠습니다.
'자세히 보세요!' ㅎㅎ
서로 다른 나무가 줄지어 늘어섰다고 해서 일명 '줄나무', 천연기념물 제108호 대동팽나무숲입니다. 수령 350년을 헤아리는 거목들 사이로 산들산들 봄바람이 붑니다.
돌머리해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민예학당이 있습니다.
<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 씨가 머물며 감물 염색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창작 공간입니다. 폐교를 개조한 곳이라 장군님의 동상이 남아 있습니다.
은희 씨 만날 거라고 꽃반지까지 꼈는데 정작 은희 씨는 담이 들어 꼼짝도 못하고 남편 김화성 선생이 대신 우리를 맞아 주셨습니다.
은희 씨가 디자인하고 감물로 염색한 작품들입니다. '봅데강' 브랜드로 판매되는 고가의 의류입니다. 봅데강은 제주 출신 은희 씨의 고향말로 '보셨습니까'라는 뜻이랍니다.
즐겁게 술 마시고 노는 곳이라고 민예학당을 소개하던 김화성 선생은 전통무예 '수벽치기'의 달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 다시 한번 찾아와 꽃반지 끼고 노래도 듣고, 수벽치기도 감상하며 밤새 즐거운 술자리에 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해 임시정부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일강 김철 선생 기념관을 둘러보고 서울행 서해안선에 올라 탔습니다.
선생이 태어난 고향땅에 지어진 기념관에는 실물 크기의 상해임정 건물도 있습니다.
함평 여행 마무리하려면 화랑식당 얘기해야겠지요?
산 너머 살구는 음식 따라 여행지를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선정한 여행지 내에서 맛난 곳을 찾는 거지요. 하지만 요번 함평은 코스 잡을 때부터 화랑식당도 주요 방문지의 하나였습니다. 왜?
'제가 맛본 최고의 생고기니까요!'
화랑식당은 이 고장 말로 박살이라 부르는 소의 엉덩이살, 그중에서도 그날 직접 도축한 홍두깨살만을 재료로 씁니다. 지역에 따라 뭉티기, 육사시미라고도 불리는 생고기는 냉장육을 쓰는 것이 당연한지라 자랑거리도 못 되지만 육회까지도 얼리지 않은 고기로 내놓는 식당은 흔치 않습니다.
그날 들어온 선지로 만든 맑은 선짓국물이 어쩌면 그렇게 담백한지…
바로 옆 대흥식당도 명성은 자자하던데 제가 안 가봤으니 비교는 불가입니다. '맛있겠지요, 뭐!'
바닷가에 다녀왔으니 '의무적으로' 돌머리해변 회 한 컷 투척하고 함평 여행기 마무리합니다.
요번엔 13차 만에 처음으로 우등버스 아닌 걸로 다녀왔습니다.
22명이 스타렉스로 다녀왔으면? 한 3대 갔겠지요?
그냥 그렇게 짐작하십시오.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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