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물의 고장 포천에서 돌 구경하고 온 이야기

kocopy 2025. 1. 15. 10:51

전사회적인 애도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말인데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없더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끼리만 물수제비도 뜰 수 있었습니다.

비통하고 안타까운 세월호 침몰사고!

사고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대형사고가 어디 한두번이더냐고 넘기기엔 이번 사고의 충격은 너무나 큽니다. 몇몇의 잘못으로 덮어버릴 일이 아닙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구성원으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집단에 내가 계속 소속돼 있어야 하는가?'

부부가 결별하고 친구가 의절하고 학교를 자퇴하고 회사에 사표내는 건 '나는 이곳의(혹은 상대로부터) 구성원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불신과 자괴감이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비통과 애도, 공포를 넘어서는 본원적인 망연자실! 털썩 주저 앉고 싶지만 약속된 여행은 떠나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곳 구성원에게 드릴 수 있는 신뢰와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너머살구 12차 포천 여행!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촐하죠? 이제 갈 때까지 갔습니다.

요즘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알아보고 있습니다. ^^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포천아트밸리의 첫 번째 손님으로서 포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물의 고장에서 듣는 돌 이야기! 첫 번째 돌은 화강암입니다.

거창의 거창석, 익산의 황등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강암으로 꼽히는 포천석. 더구나 포천석은 돌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 지난 40년 동안 80% 물량을 감당해왔으니 이제 포천에 더 이상 화강암이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매일 오르내리는 지하철 계단이 대부분 포천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양도 양이지만 품질도 우수해서 서울역, 독도 비석,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이번 남대문 복원에까지 포천석이 쓰였습니다.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던 포천의 화강암은, 그러나 봄이면 새싹을 내미는 과실수가 아니었습니다. 제살 떼어주듯 아낌없이 내주던 돌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남은 폐채석장은 평생을 알만 낳다 폐계가 되어버린 늙은 암탉처럼 가련했습니다.

폐계와 폐채석장!

생산을 멈춘 자여! 그대의 운명은?

마당을 나온 암탉!

…처럼 채석장은 새 삶을 얻었습니다. 암탉의 이름은 잎싹이고 채석장의 이름은 포천아트밸리입니다.

잘려나간 흉터가 아물며 천연 스크린이자 최고의 음향시설이 되었고 그 아래 깊이 팬 상처는 샘물과 빗물이 고여들어 가재가 사는 1급수 천주호가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엔 인공호인가요? 자연호인가요?'

화강암공원답게 조각 작품이 상처의 새살이 되었습니다.

지휘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좀 다르죠?'

가파른 계단을 올라…

하늘공원에서 아찔한 전망!

공원을 내려와 뒤편으로 좀 더 들어가면 천문대가 있는 무한상상과학관(5월 완공 예정)과 대공연장이 있습니다. 아래쪽 아트밸리 입구에는 돌문화전시관과 체험공방, 포천 농특산품 판매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식당도 있습니다.

이름하여 만버칼. 만두, 버섯, 칼국수 전골인데 옆 테이블과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는 '친절한' 음식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가운데 몽실몽실한 버섯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노루궁뎅이입니다.

잠깐!!! 일정표에는 아침에 능이버섯백숙 먹는다던데 혹시 저 버섯 밑에 닭을 숨긴겨???

'그렇게 됐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정이 생겨서 아침 메뉴도 바꾸고 식사 시간도 바꿨습니다.'

 

자 이제 한탄팔경으로 가보겠습니다. 한탄팔경은 그냥 지자체에서 요즘에 붙여놓은 이름입니다.

한탄팔경이 바로 오늘의 두 번째 돌, 현무암입니다. 8경 중 우리는 제3경-화적연과 제6경-비둘기낭을 찾았습니다.

현무암이 뭐데? 하는 사람은 제주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맞습니다! 현무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한탄강은 마치 제주의 어느 곳에 온 듯한 경관을 보여줍니다.

비둘기낭이 특히 그렇습니다.

벽면을 이루는 저 돌들은 용암이 굳은 현무암입니다. 화산을 터져 나온 용암이 흐르고 흘러 용암대지를 만들고 그 곳의 가장 약한 부위를 물이 파고 들어 깎고 또 깎아가며 물길을 낸 흔적이 한탄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용암천이라고 하죠?

동굴 왼편 회백색 흔적은 폭포 자리입니다. 저기서 폭포가 떨어져야 장관인데 가물 땐 폭포도 마릅니다. 반원 모양의 동굴 안쪽에 수백 마리의 백비둘기가 살고 있어서 비둘기낭이라고 불린다던데 지금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물 많을 때와 비교해보세요.

혹시 있을까 가봤지만 역시 없더군요! ^^

이런 풍광을 영상 감독들이 그냥 지나쳤겠습니까? 드라마 <추노>에서 오지호가 이다해를 만난 자리,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박해일이 호랑이를 만난 자리가 이 곳 비둘기낭입니다. 이밖에도 <무사 백동수> <선덕여왕> <늑대소년> 등에도 비둘기낭이 나옵니다.

비둘기낭보다 상류에 있는 화적연입니다.

저렇게 급히 달리던 물이 크게 굽이치면서 물이 깊어져 연못처럼 잔잔해진 이 곳이 화적연입니다.

졸고 있는 거북이처럼 보이는 저 바위를 옛사람들은 볏단을 쌓아 올린 형상으로 보았답니다. 벼를 쌓아 올린 연못, 볏가리소, 그래서 화적연 (禾積淵) 입니다.

저 바위는 물론 화강암이고 물길의 좌우 벽면이 현무암입니다.

이상, 현직 지구과학 선생님이신 카론 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

오늘의 마지막 코스, 평강식물원입니다. 한방 비염치료제 청비환으로 유명한 평강한의원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입니다. 약용식물에 특화된 식물원입니다. 입장료가 꽤 비싸지만(8,000원) 그 값을 한다고 봅니다.

느낌이 편안하죠? 연못 위를 지나는 나무 데크를 빼면 식물원 내부는 모두 잘 다져진 흙길입니다.

이 꽃들을 '조선꽃'이라고 부릅니다. ^^

식물원에선 여유있어지고 표정도 밝아집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카메라 장난도 한번 쳐보고…

왼쪽은 셔터 1/1000초, 오른쪽은 1/60초로 잡은 비교컷입니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가면서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긴 후 더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돌 구경 왔다지만 포천에 왔는데 이동갈비, 이동막걸리 안 먹으면 서운하죠!

이름처럼 마당에 솟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뒷마당의 항아리도 주변과 잘 어울립니다.

항아리보다 더 뒤편에는 웬 한옥 건물을 새로 짓고 있던데 쥔장에게 물어보니 나중에 한옥숙박체험장으로 운영할 거라 합니다. 완공 전까지는 표고를 재배하고 있다네요.

여차저차하다보니 포천의 마지막 일정을 이동갈비로 마무리하고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이동갈비에 이동막걸리까지 먹어서 그런지 이동에 막힘이 없더이다!

 

'역시 여행은 이동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