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세종의 릉, 세종의 외가, 세종의 원찰, 그래서 세종투어! #그럼 보배네는?

kocopy 2025. 3. 2. 10:12

근 1년여 만에 요 녀석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야가 누구냐?

제가 좋아하는 22인승 우등버스입니다!

4년간 애용하던 22인승이 작년 여름 무렵 폐차된 이후 꿩 대신 닭으로 28인승과 함께 하면서도 늘 마음은 야한테 가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수배가 돼서 다시 22명이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귀하신(?) 몸답게 약속 장소에 무려 15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회원들을 향한 제 마음이 어땠는지 짐작하시겠죠?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꾸뻑! 간혹 참석자가 늦은 경우는 있었지만 버스가 늦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설렘은 순식간에 미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나는 성군 세종대왕도 집권 초기엔 부왕 태종에게 눌려 무력하기만 했었다는 사실에 위로받으며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 세종대왕 테마기행, 여주로 출발했습니다.

영릉 주변은 지금 공사중입니다. 입구부터 능역까지 안 그래도 먼데 빙 둘러서 우회해야 갈 수 있습니다. 11월부터 당분간은 영릉 관람을 제한한다고도 합니다. 효종 영릉은 관람 가능.

영릉에 올라 바라본 정자각입니다.

세종대왕에 대해 재위 32년간 외교, 국방, 교육, 문화예술, 과학, 농업 분야에서 이루어 낸 놀랄 만한 성과 외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세종의 애민정신입니다.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듣고도 선뜻 믿기지 않는 점은 노비에게 130일의 출산휴가, 그 남편에게 30일의 육아휴가를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세종실록에 적혀 있지 않았다면 저부터가 '뻥'이라고 웃어버렸을 겁니다. ^^

이 두 분은 아마도 그 점에 대해서 놀라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겁니다.

영릉에 왔다고 꼭 세종 공부를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한적한 가을날의 공원으로 즐기셔도 좋습니다.

영릉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세종대왕역사문화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 개관한 최신형 전시관으로서 이곳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세종에 대한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학습할 수가 있습니다. 영릉에 가시는 분께 강추!

아시죠? 제가 박물관 전문가라는 사실.

점심은 여주에서 젤 유명한 맛집 '보배네집'에서 먹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회원들이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 여주 올 때도 또 이 집을 와야겠습니다.

보배네집은 다 좋은데, 얼마 전부터 슬슬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성비 좋다는 말은 이제 그만!

메뉴가 7천원이니 이제는 싸고 맛있는 집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겠습니다.

근데 망삼핸썸보이 님은 밥 잘 먹고는 왜 저렇게 개를 갈구고 있을까요?

"직접 댓글로 답해주세요."

4대강이다 뭐다 해서 한바탕 몸살을 치렀지만, 영월루에 올라 바라보는 여강의 시원한 물길만은 아직 쓸 만합니다.

남한강의 여주 구간을 여기서는 여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잘 보여요.

영월루 아래 강가로 내려가면 馬巖(마암)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쪼오~기 있잖아요!

여주 지역 기원설화를 간직한 마암의 전설이 궁금하신 분들은 황려마를 검색해보세요.

세종의 외가, 여흥 민씨의 시조 설화도 함께 나옵니다.

이제 우리는 신륵사로 갑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앞으로 신륵사 안 갈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강변 사찰로서 시원한 풍광과 고즈넉한 운치를 갖춘 강월헌의 정취가 4대강 물길 속에 파묻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강월헌 건너편 은모래 강변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한강둔치 비스무리한 시민공원이 돼 버렸습니다.

드라마《추노》를 기억하시나요? 극의 주인공인 추노꾼 대길(장혁 粉)이 악역으로 나오는 좌의정(김응수 粉)과 흥정하던 장소가 바로 신륵사 강월헌입니다. 이 장면을 보시면 4대강으로 망가지기 전 여강가 강월헌의 풍광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젠 되돌릴 수 없겠죠?

이 장면은 제 후배가 쓴 여행책에서 발췌한 사진 속의 강월헌입니다. 건너편 은모래 강변이 보이시죠? 불과 7~8년 전 모습입니다.

그러다가, 그 잘난 사업 이후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가 예쁜가봐요. 다들 줄서서 사진 찍느라 바쁩니다. ^^

아이가 바라다보는 강 건너편이 은모래 강변이었으면 더 예쁘지 않았겠어요?

이 멋진 사진은 망삼핸썸보이 님이 찍어주셨습니다. 저 배낭 속에 카메라 렌즈만 4개를 가져왔다네요. ^^
이 얼굴 기억해두셨다가 다음 번 여행 때 만나면 붙들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기 바랍니다.

 

아참! 세종 투어에 신륵사는 왜 왔냐구요?

신륵사는 세종의 영릉이 여주 왕대리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뒤에 왕릉을 지키는 원찰로 지정된 곳입니다.

예전에 벽절이라고 불렸을만큼 벽돌탑(전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신륵사 바로 옆에 새로 지은 여주박물관이 있으니 가보시라고 알려드렸더니 가는 길에 모두 장터로 샜더군요.

저도 잠깐 새 봤습니다. ^^

산너머살구에서 드물게 가는 경기도 여행이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다시 만난 22인승과 함께 해서 더 좋았던 여주행이었네요.

명절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을 텐데 바로 그 다음 주에 기꺼이(?) 참석해주신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번은 11월 둘째 주에 '어게인 청송' 무박 여행을 가볼까 합니다. 날짜 적어두셨다가 그때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