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더운 초여름 6월 중순에 산과 물의 고장, 충북 제천을 다녀왔습니다.
그나마 '강원남도' 제천이라 조금 덜 더웠다고 우겨봅니다.
단체사진을 찍은 곳은 초기 천주교 박해의 상징 배론성지입니다.
예수님 청동상 앞이라 단체사진을 찍기엔 어째 불경스럽지 않느냐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관용과 이해의 폭이 넓은 천주교라 이 정도는 널리 감싸주실 거라 믿고, 찰칵!
배 뜨는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 달려간 곳은 충추호유람선 선착장, 장회나루.
자, 오늘의 첫 일정 시작합니다.
청풍호를 포함한 충주호에는 유람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관람 코스가 10개도 넘습니다. 그중 우리는 장회나루 주변을 순회 왕복하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코스의 백미는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 시절 이름 붙였다는 옥순봉.
쭉쭉 뻗은 저 바위가 옥으로 만든 대나무순이라네요.
옥순봉과 옥순대교.
수면 윗쪽 바위에 물띠 보이시죠?
지금이 가물다는 증거입니다.
언덕 중턱에 노란 경계선까지 물이 차오르면 위험 만수위라고 합니다. 현재 수위하고 차이가 상당하죠?
퇴계 선생 로맨스의 주인공, 단양 기생 두향이의 묘소입니다.
퇴계 선생도 요즘 같았으면 인사청문회 통과 못했습니다. ^^
수면에 점점이 떠있는 울긋불긋한 그 무엇은 카약 젓는 사람들입니다. 유람선보다 더 가까이에서 단양팔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뱃전에서 좋은 경치 구경하니 기분 좋지요?
아까 그 포즈 다시 한번 해보실래요?
이케요?
'얼굴을 가렸잖아요!'
이케요?
'OK'
열심히 배 탔으니 점심 맛나게 먹고…
등산복을 차려 입은 8인의 용사는 비봉산으로 향하고,
나머지 14인은 청풍문화재단지에 도착했습니다.
"문화재단지의 정문 팔영루는 예전 청풍도호부의 관문으로서…… 띠리링~~"
이제 막 관람을 시작하려는데 등산파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산을 올라갈 수가 없게 됐으니 버스 좀 보내달랍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다냐? ㅠㅠ
산이 막혀 길을 잃은 사람들. 그래도 웃고들 계시네 ㅎㅎ
비봉산 정상에서 청풍호를 내려다보겠다던 장한 용사들은 패잔병이 되어, 조인 등산화끈을 풀고 청풍문화재단지에 합류합니다.
문화재단지에 합류한 후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어느 한쪽 구석에 모여 저 큰 가방 속의 준비물(?)을 소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방 속에 뭘까~~요? ^^
청풍문화재단지 내에도 전망대가 있어서 아쉬운 대로 청풍호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비봉산 정상만은 못해도…
단지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한벽루입니다. 관아의 연회 장소로 쓰였다고 전해지는데 누각의 왼편에 이어 붙은 날개건물(익량)이 대단히 독특합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누각에 올라 앉아 있으면 바람이 무지 상쾌합니다.
단지 곳곳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군락이 있어서 한적한 피서에 제격입니다.
청풍호를 막 벗어나 배론성지로 향하려는데 버스기사님이 좋은 곳이 있다며 자기 맘대로 버스를 세웠습니다.
이곳은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빼닮았다는 금월봉.
마치 돌로 빚은 조각공원인 듯 보이지만 모두 손대지 않은 자연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미처 몰랐던 곳입니다. 기사님께 감사!
금강산 일만이천봉이라니 뻥이 너무 세다 싶죠?
입구에 걸린 홍보 사진을 보니 그래도 비슷은 합니다.
배론골짜기, 이곳은 1801년 신유박해로부터 몸을 숨겨 종교적 신념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천주교 성지입니다.
황사영의 백서로 유명한 곳입니다.
황사영백서는 자료실의 읽기자료를 참고하세요.
배론성지는 아기자기하게 예쁜 공원 같은 곳입니다.
봄에 색색의 꽃이 만발할 때 더 예쁘다고 하네요.
마지막 일정은 탁사정입니다.
남한강의 지류 제천천에 자리잡은 그림 같은 골짜기로서 '한국의 아름다운 호수 100선'에 선정된 곳이라고 합니다만, 어째 이걸 호수라고 보기엔 왠지…?
이게 다 가뭄 탓이겠죠?
오늘은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없는 노선이라 저녁도 안 먹고 부랴부랴 상경길에 올랐습니다.
그 덕에 해도 지기 전에 종합운동장에 도착해서 다들 가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일찍 귀가했습니다.
한여름 건강하게 견디시고 좀 선선해지면 다시 만나요.
저는 그때까지 또 알찬 여행자료 만들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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