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봄날의 서천행 -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먹방

kocopy 2025. 2. 28. 11:19

주꾸미 먹고, 동백꽃 보고, 이성당 빵 먹고, 해송숲 걷고, 하늘길 걷고, 모시 구경하고, 앉은뱅이술 마시고, 모시떡 먹고, 갈대(가 있던) 밭을 거닐고는… 푹 잠자며 올라왔습니다.

봄꽃놀이 하루 코스, 진하게 다녀왔네요.

자! 순서대로 되새겨 볼까요? ^^

주꾸미를 척~ 잡아서

어쭈~ 개겨?

에구~

음하하~~

꼴깍~

주꾸미에 막걸리에 볶음밥까지 기분 좋게 먹고,

마량리 동백숲으로 갑니다.

주꾸미가 꽃보다 아름다울 순 없잖아요?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거지…

제가 학교 다닐 무렵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만을 종종 소개하던 교양지(?)가 있었답니다.

앞줄은 화사~

뒷줄은 엄숙!

꽃보다 아름다운 건 또 있었습니다.

주꾸미에 볶음밥까지 배불리 먹은 지 2시간 만에 양손에 빵 하나씩!

꽃보다 아름다운 단팥빵과 야채빵은 도대체 어디서 나쓰까? 순실이가 줘쓰까? 누가 그새 군산 다녀와쓰까?

아니제! 치토스 님이 들고왔제!

빵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 줄서야 먹는다는 이성당 단팥빵 야채빵을 챙겨들고 멀리(?) 군산에서 금강 너머 서천까지,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와주셨습니다. 장항솔숲과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

'재작년 군산 여행 때도 그러시더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또 이 못된 버릇!'

ㅎㅎ 잘 먹겠습니다.

아싸! 득템.

고마워유~

협찬은 또 있었습니다.

서천 한산의 명물, 모시떡과 모시송편.

한산에 사는 서천친구 님(후기를 쓰는 이 순간 회원가입하셨네요 ^^)이 바리바리 싸들고 와주셨네요. ^^

'안 그래도 된다니까 굳이 이렇게…' ^^

협찬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내용 미니 가습기를 참석자 머릿수만큼 협찬해주신 꼬야 님,

백년 써도 안 부러질 아크릴로 산너머살구 명찰을 제작해주신 곰돌이푸우 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꾸뻑!

기부천사(?) 열전을 끝내고 다시 일정으로 돌아와서…

솔숲과 바다를 교대로 거닐다보면 표정이 이렇게 됩니다. "아~ 좋다!"

장항솔숲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최근 스카이워크가 생겨났습니다.

아찔함에 있어서는 정선 스카이워크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칭찬하기가 좀 겁납니다. 인기 많다고 소문 나면 인근 지자체도 너도나도 같은 걸 만들어 댈 테고, 그렇게 차별적인 매력이 사라지면 결국은 전국을 뒤덮은 레일바이크와 같은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스카이워크의 매력이라는 게 결국은 높이입니다. 높이가 주는 아찔함.

그걸 느끼려면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높이를 느낄 수 있어야겠지요!

높이는 15m라니까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만조 때 발밑으로 물이 들어오면 물이 주는 공포까지 더해져 약간은 후덜덜합니다. 아주 약간 ^^

탁 트인 전망이 꽤 괜찮습니다.

렌즈를 안 들이댈 수가 없지요.

항상 드는 의문이지만, 저렇게 찍어댄 사진들은 나중에 보기나 하는 걸까요? ㅎㅎ

뭐 엘레베타 님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

그건 그렇고…

이 놀라운 질서정연함은 뭐지???

완벽한 우측통행! 그리고 만면에 저 웃음!

장항솔숲을 나와 서천을 횡으로 가로질러 한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한산모시 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한산모시관

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무형문화재 방연옥 여사께서 모시를 짜고 계십니다.

습도를 유지하려면 비닐장막을 치고 가습기를 틀어놓은 채 작업해야 합니다.

뿌옇게 올라오는 연기는 가습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모시를 짜려면 먼저 모시 줄기를 이어붙여서 이와 같은 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을 만드는 과정엔 기계는 물론이고 간단한 도구 하나도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손과 입으로만 작업을 합니다. 모시를 평생 짜다보면 이에 골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골이 났다는 표현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평소엔 이렇게 유리방 바깥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한산'했던지라 방안으로 들어가서 할머니께 이것저것 여쭤가며 찬찬히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모시짜느라 이골이 나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이렇게 만든 한산모시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입니다.

한산모시를 사고 파는 장이 바로 인근 한산오일장에서 열립니다. 오늘은 바로 그 오일장이 열린다는 26일! 끝자리 ~6일.

썰렁~~

아니, 한산~~

'뭐여 이것이?'

에이~ 소곡주나 마시러 가자!

모시를 거래하는 장은 새벽에 열리고 그 시간 이후로는 계속 한산하다네요.

시장을 가득 메운 이 많은 사람들…

다 우리 회원들입니다.

저 차 속에 앉아 계시는 분, 딱 한 분 빼고 모두 ㅎㅎ

오늘의 마지막 일정, 금강변의 장관……이었던 신성리 갈대밭.

몇개 안 남은 걸 기어이 구경하겠다고 갈대까지 간 사나이!

갈대밭은 불에 탄 평원이 돼버렸는데,

정열의 이 여인은 무얼 찾아 헤매는고? ^^

애초에 갈대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니, 낙조라도 보고 가자!

가만……, 지는 해를 자신의 후광으로 만들어버린 저 자는 누구인가?

"안 보여욧!"

잘 보이죠? ㅎㅎ

해도 졌으니 이제 상경해야지요.

하루종일 먹으며 돌아다닌 새봄 서천 꽃여행.

만차로 만들어주신 (나까지) 28명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받을겨!

 

*소곡주 빈 병을 바라보며 애처로이 입맛만 다시던 기사님께서, 의문의 득템을 하셨다고 문자 연락을 해오셨습니다.

차에서 소곡주 한 병 분실하신 분 계시죠? 금호고속 유실물센터에 연락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기사님이 이미 다 드시고 지금도 앉은뱅이로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