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군산에서 생선회 한 접시 먹으면서 해수욕 좀 하고 와야겠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군산은 바다에 면한 항구도시로서 생선회를 비롯한 해산물은 풍부하지만, 아쉽게도 해수욕장은 없습니다.
물론 고군산군도로 나가면 선유도 등에 해수욕장이 있지만 적어도 군산 내륙에는 없습니다.
해안선이 모두 간척지라 그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빼고 군산을 즐기러 다녀왔습니다.
이름하여 군산 근대역사기행!
그 거창한 여행의 후기를 무려 두 달 만에 올립니다.
일단 늦어서 죄송합니다. 꾸뻑!
일본 다녀온 거 같죠?
일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군산을 다녀왔습니다.
우호적인 문화교류의 흔적도 아니고 부끄러운 식민지 수탈의 상처이긴 하지만,
상처도 한 세대가 흐르면 이렇게 관광자원이 되네요.
이런 관광자원이 군산엔 정말 많습니다. 일제강점기 한참 때엔 군산 인구의 절반이 일본사람이었다니 말 다했지요.
처음 간 곳은 이영춘가옥.
조선 최대의 농장주 구마모토의 별장으로서, 당시 조선총독부 관사와 맞먹는 건축비를 들였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최고급 주택입니다.
어서 오세요!
제가 이 집의 집사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해설사께서 가옥의 내력과 당시 시대 배경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수업시간이 길어지면 딴청 피우는 건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땅바닥 보고 휴대폰 보고 ^^
'근데 솔직히, 해설사님 설명이 좀 길긴 길었어!'
"철길마을은됐고, 쫀드기나 궈먹자!"
이곳은 몇년 전까지도 집과 50센티 간격으로 기차가 운행되던 경암동철길마을입니다.
여기서도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네요. ^^
추억의 불량식품에 열광, 환장하는 40대 애들!
쫀득이 굽는 이 분은 행복한요정 님 맞습니다.
가게 주인 아닙니다.
'포스 봐라!'
기름을 전혀 안 쓴다는 호떡집도 등장했습니다.
제가 작년 11월에도 이 곳에 왔었는데 그땐 없던 게 새로 생겼네요.
철길마을과 호떡!
연관을 찾다가 포기했습니다. ^^ 혹시 찾으신 분들은 제보 바랍니다.
나름 소문난 군산 한주옥에서 꽃게장과 매운탕으로 점심 배불리 먹고 군산 도보투어 출발!
출발하자마자,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안도현 시인이 묻습니다.
한참 열병처럼 유행하던 벽화거리의 흔적이 군산에도 있네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로케 장소인 초원사진관입니다.
이 분은 사진관 주인이 아니고 군산시청에서 나온 관리인입니다. 어르신 용역이신가 봐요.
당연히 사진관도 관광시설입니다.
여주인공 심은하의 극중 직업이 주차단속요원이었던 걸로 기억.
일종의 영화소품이지요. '너 본 지 오래다! 티코' ^^
예전엔 사진관에서 가족사진들 많이 찍었는데… 이렇게 ^^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당시 일본식 가옥의 전형을 보여주는 히로쓰가옥. 일명 신흥동 일본식가옥.
앞마당이 좁은 일본가옥의 특성상 조그마한 집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대저택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전부터(정확히는 2월 24일부터) 문화재 보호 명목으로 실내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네요.
아쉽지만 2층에서 바라본 일본정원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답니다.
요 사진은 예전에 찍어둔 컷.
단체사진을 찍은 고우당입니다.
1930년대 시간 여행. 요 테마가 잘 먹히니까 군산시에서는 아예 일본식 숙박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주말에는 한 달 전에도 숙박 예약이 힘들다나 어쩐다나.
검은눈의 여자 넷과 푸른 점퍼의 한 남자는 원탁에 앉아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정답: 빵을 먹고 있습니다.
그것도 보통이 빵이 아닌 단팥빵과 야채빵.
군산에 사시는 치토스 회원님이 나눠주셨는데요, 이때는 몰랐지! 이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이렇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군산 명물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
'아항! 아까 먹은 빵이 이렇게나 귀한 빵이었구낭~'
이름도 단팥빵이 아니라 앙금빵이었네!
바로 이 분이 빵 나눠준 치토스 님.
'언젠가는 먹고 말 거야!'
이성당에서 항구까지 쭉 걸어가면 일본넘들 수탈의 흔적인 당시의 은행과 세관 건물이 연이어 나옵니다.
옛 조선은행, 옛 일본18은행, 군산세관 등.
그 중에 옛 군산세관이 건물도 예쁘고 내부는 박물관으로 꾸며 놓아서 볼 만한데…
문을 걸어 잠궜네! 참내!
'근데, 오늘 군산 왜 이리 협조를 안 해?'
아쉬운 대로, 바로 옆에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람.
마침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 포토존에서 한 컷! ^^
마지막 코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임피역에 들렀다가 서둘러 귀경길에 오릅니다.
여기도 천천히 즐길 만한데, 회원들이 오늘 피곤했나봐요. 버스에서 잠만 자네요. ^^
이곳도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으로서 등록문화재로 보존되는 곳입니다.
역사 앞에 시계탑이 하나 서 있는데요, 시간이 거꾸로 가는 시계예요.
그래서 여행후기가 이렇게 늦었다나 어쨌다나 ^^
늦은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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