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전쟁으로 댐으로, 평화롭지 못했던 오지의 역설 - 비수구미

kocopy 2025. 2. 10. 14:58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화천 비수구미마을과 평화의 댐을 다녀왔습니다.

 

파로호를 건너는 모터보트

비수구미길! '생각하면 걷는 두 시간'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걸었는지 단체사진 찍는 걸 깜빡했네요.

그나마 참석자들 얼굴이 젤 많이 나오는 컷이 요 동영상이네요. ^^

비수구미 이장댁에서 산채비빔밥 배불리 먹고 파로호를 건널 때 모습입니다.

18명이 함께 해주셔서 작년 5차 태안 여행 때와 타이를 이룬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뒷모습 몰래 찍는 거 아닙니다!

지 얼굴 찍고 있는 겁니다.

아시죠? 쎌카봉 ^^

 

강원도 화천은 고지대 추운 곳이라 이미 열흘 전에 단풍의 절정이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걸린 단풍잎보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더 보기 좋았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아직 모르는지 늦가을답지 않게 피어난 들꽃들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죠?

싱그러운 미소와 생동감!

여기 가을에 살아있습니다.

잘 닦인 산길이라 얼핏 도시에서 멀지 않은 근교쯤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곳은 핸드폰도 안 터지는 오지입니다.

자 이제 파로호를 건너 평화의 댐으로 향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젤 밝았던 때는 모터보트를 타던, 길지 않은 이 순간이었습니다.

평화의 댐!

참으로 역설적인 이름입니다.

반평화적인 세력이, 평화롭지 못한 방법으로, 평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 놓고는 그 이름을 '평화'라 부르고 있습니다.

1986년, TV를 통해 이런 시뮬레이션을 보며 '평화(?)'의 소중함에 가슴 떨렸던 기억들 나시죠?

사기극은 이미 밝혀졌는데도 어떻게든 변명하고 만회해볼 여지가 없을까? 한 마디로 전전긍긍입니다.

착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시관 밖을 나서면 가을의 정취는 몸살나게 아름답습니다.

붉은 단풍은 저물어가는 가을을 아직 인정하기 싫은가 봅니다.

"예쁘죠?"

싱그러운 미소를 더하니 "더 예쁘죠?"

주변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잡혔더라면 더 고왔을 텐데…

이 분들 자세에 주목하십시오!

칼라를 아무리 바꿔줘도 자세는 어쩜 이리 한결같은지?

비목(木).

<나무를 세워 대신한 묘비>

가곡 '비목'의 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정확한 위치는 조금 더 위쪽이라고 합니다).

두고온 고향의 하늘가와 어린 시절 친구를 그리워하며, 감기지 않는 눈을 감았을 서러운 영혼 앞에 묵념을 대신한 비목을 바칩니다.

<비목>

물을 막아선 괴물체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평화'를 초라한 비목 앞에서 느낍니다.

 

잘못된 비소식 덕에 오늘 서울-강원도 길이 유례없이 한가했습니다.

'한가하거나 말거나 자느라고 알 수가 있어야지!'

2014년의 마지막 가을은 귀경길 곤한 잠과 함께 이렇게 깊어갑니다.

11월 29일경에 올해의 사실상 마지막 카페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영월 유력!

수원과 공주는 차선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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