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연재글

예천-4.

kocopy 2025. 2. 10. 12:25

이름이 참 예쁜 전통마을, 금당실입니다.
금당실은 유구한 역사의 전통마을이긴 한데, 전봇대만 가리면 사극을 촬영해도 좋을 정도의 고택촌은 아닙니다. 예쁜 담장길이 눈에 띄지만 개량형 가옥도 심심찮게 섞여있는 시골마을입니다. 금당실은 병화가 들지 못한다는 정감록 십승지 중 한 곳으로서 임진왜란의 화를 면한 곳이기도 합니다.
금당실이라는 예쁜 이름은 마을 앞 금곡천에서 사금을 채취한 데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이 마을의 별칭인 ‘반서울’의 유래가 재밌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이곳(+맛질)에 도읍을 정하려고 했다가 앞쪽으로 큰 물이 없어서 한강이 있는 지금의 서울로 눈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서울이 될 뻔 한 곳, 그래서 半서울이랍니다. 더 그럴 듯한 얘기는 부산을 출발해서 금당실에 오면 서울 절반 온 거리라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마을의 서쪽으로 길게 띠처럼 이어진 숲길이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469호 400년 역사의 금당실송림입니다. 본래는 지금의 2배 이상 규모였지만 구한말 이곳에서 금을 캐던 러시아인들이 마을사람들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다네요. 그 사건을 무마하느라 마을의 유일한 자산인 아름드리 송림을 마구 벌채하는 통에 지금의 규모로 축소됐다고 합니다. 새벽녘 안개 피어오를 때 소나무와 안개가 뒤섞인 몽환적인 풍경이 볼 만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봐야 1km도 채 안 되니 가벼운 산책 코스로 괜찮죠?
저는 이 마을에 들르면 꼭 우천재에서 숙박을 합니다. 전통 방식으로 담는 장맛이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주인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 된장 한 그릇을 퍼담아 줍니다. ^^ 혹시 가고 싶은 분은 제게 연락주시면 숙소 예약해드리겠습니다.
작년에 갔을 때는 요즘 보기 힘든 함진애비도 구경했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함진애비 구경하기는 어렵지 않았는데 어느새 요즘에는 이런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옛풍경이 돼 버렸습니다.

내일은 금당실의 양 옆에 각각 자리한 특이한 정자 두 곳을 갑니다. 병암정과 초간정.

채널 고정.

 

2014. 6. 28.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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