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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면옥 - 서울 구의동

저는 냉면 내공이 좀 약합니다. 평양냉면의 깊은 맛도 제 입맛엔 아직 생소합니다.친구 손에 이끌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서북면옥엘 갔습니다.서북면옥은 냉면 예찬자들이 흔히 꼽는 을밀대, 필동면옥, 우래옥, 평양면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명 맛집입니다. 평양냉면 몇 번 먹다보니 처음 밋밋한 맛에서 어느새 깊은 맛의 그 어떤 것이 느껴질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저는 멀었나봅니다. "맛있지?" "평양냉면은 먹을수록 입에 붙어!" 라고 채근대면 '그래그래' 맞장구는 쳐주지만 아직 제게 평양냉면은 'Naked King'입니다. '맛이 별로…'라고 하면 '분식점의 비빔냉면'이나 먹으라는 핀잔 들을 것 같은 분위기에 주눅듭니다. 평양냉면은 어느덧 '임금님의 멋진 새 옷' 반열에 오른 듯합니다. 이 멋진 옷..

민정식당 - 서울 자양동

숨은 맛집 코너를 별도로 만든 이유는 바로 이 곳, 민정식당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저도 사실 길 가다 우연히 알게 된 집입니다. 제가 처음 이 집 설렁탕을 맛본 날, 음식 나르는 주인에게 컨설팅(?)을 했습니다. "홍보만 조금 잘 하시면 손님들이 문밖까지 줄 서겠는데요."주인이 여유있게 말 하더군요. "아하, 우리집 첨 오시는구나! 여기 유명한 집이에요!"아닌게 아니라 블로그 등에서는 이미 유명한 맛집 맞습디다. 하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이문설렁탕, 하동관, 이남장에 비하자면 한적하다는 표현이 적당합니다. 맛은 그 이상인데 말입니다. 이유는 주인의 장사 철학에 있었습니다. 이 정도 맛이라면 대박 욕심이 날 만도 한데 이 아저씨는 마케팅은 뒷전, 오늘도 스쿠터 타고 한참 떨어진 건국대까지 배달 나갑니다...

영월은 하늘에 별 땅에도 별

서울서 2시간 남짓이면 영월(寧越)에 도착합니다. 그 옛날 단종이 '감히 딴 마음을 품지 못할 정도로 멀고 먼' 유배를 온 오지가 이곳 영월입니다. 요즘 같은 화력과 기동력만 있었으면 바로 역(逆)계유정난이 일어나 수양대군파가 절단 나고 단종이 도로 왕이 됐을 거라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보지만, 요는 영월이 그만큼 가깝다는 얘깁니다. 시간으로만 따져 '범수도권'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그런데 영월 출신 지인의 얘기를 빌리자면 영월은 아직도 손색없는(?) 오지라고 합니다. 별도의 연출 없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70년대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 영월의 대부분이랍니다. 오지답게 밤이 되면 온 천지가 어두워지는데 유독 영월읍엔 불이 반짝거립니다. 군청 소재지 주변인지라 으레 그렇겠지요. 별마로천문대..

한여름 고창은 꽃보담은 뻘이지라

고창(高敞)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나요?풍천장어에 복분자 한잔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고, 눈물처럼 후두둑 동백꽃 지는 송창식의 선운사를 떠올리기도 하며, 청보리와 메밀꽃 피는 학원농장에서 순백의 웰컴투동막골이 눈앞에 재현되기도 할 겁니다. 여름이라면 달고 시원한 고창수박이 생각날 것이고, 역사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동학농민전쟁의 발단이 된 고부민란이나 세계최대의 고인돌 군락지를 떠올리고, 문화예술을 생각한다면 신재효의 판소리 여섯 마당이나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읊조릴 겁니다. 또 후삼국 시기 안동의 옛지명이 고창이었다는 엉뚱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고창엔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은 것들이 많고 많은데 우리는 비교적 덜(?) 유명한 만돌리 갯벌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잘 몰라서 그렇지..

무량수전에서 굽어본 소백산 자락은 보고 또 봐도 좋다. 그냥 좋다.

경북 영주와 문경을 다녀왔습니다. 경상도 지역을 뜻하는 영남(嶺南)이 죽령과 조령(새재) 아래 지방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죽령이남(以南) 영주와 조령이남 문경은 서울 기준으로 경상도의 입구인 셈입니다. 문경(聞慶)이라는 지명도 새재 넘어 경상도 말씨(慶)를 처음 듣게(聞) 되는 고장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앞뒤가 맞습니다. 물론 새재를 넘어 영남지방에 들어서면 경사스런 소식(慶)을 듣게(聞) 된다는 또다른 유래도 있습니다. 새재는 영남 선비들의 한양 과것길이었으므로 이때의 경사스런 소식은 아마도 과거급제였을 겁니다. 경상도 최전방(?)이라서 그럴까요? 영주와 문경은 말씨도 아랫경상도와 조금 다릅니다. 사실 저는 경남과 경북 말씨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자기네들이 듣기에는 확실히 다르다고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