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훈의 테마기행/2016~20년

구름에서 궁집을 보다

kocopy 2025. 4. 10. 16:31

궁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어려운 화두에 답을 내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북 안동입니다.

안동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가장 한국적인 곳을 찾아서 방문했을 만큼 설명이 필요 없는 역사의 고장이지만, 우리가 이 도시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구름에 전경

'전통리조트'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한옥 단지입니다.

 

전통리조트……

다소 진부한 듯 들리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이 시설의 성격에 딱 맞는 타이틀입니다.

전통만을 이야기하기엔 편의사양을 비롯한 시설 활용이 너무나 현대적이고,

리조트를 강조하기엔 외관상 지나치게(?) 번듯한 전통 가옥입니다.

'한복 신사' 같은 느낌의 말맛이랄까? 작명에 많은 고심이 있었을 걸로 짐작됩니다.

작명뿐이겠습니까? 리조트를 계획하고 입안하고 조성하고 운영하면서 생각도 못한 난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구름에 권경은 사무국장이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우리 답사팀과 동행하며 많은 시사점을 전달해주었습니다.

크게 나누면 4가지로 정리됩니다.

①법과 절차의 문제

안동댐 수몰지에서 옮겨와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던 가옥들을 보수하며 소유권이 있는 안동시와 법적인 절차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쳇말로 수많은 '밀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안동시 입장에서 보면 방치되던 시설을 활용해준다니 일단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이 깃든 자산을 민간기업에 허투로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걸로 상황 짐작이 됩니다.

②보존과 활용 사이

한옥의 의미와 기능을 퇴색시키지 않으면서 시설 활용의 편의성을 더해야 하는 것은 한옥숙박 시설의 숙명 같은 딜레마입니다.
이때 구름에 측에서는 '전통 ≦ 편의' 정도의 지침을 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냉난방, 욕실 등 구름에의 시설 편의성은 한옥 숙박 시설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합니다. 군불을 때서 난방을 하고 들창을 올려 바람의 순환으로 냉방을 대신하고, 화장실을 포함한 욕실은 가옥과 별채로 조성하는 전통 한옥 체험을 원한다면 구름에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 안동에는 아직 이런 가옥들이 꽤 남아있긴 합니다.

활용보다 전통을 강조하는 자문교수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데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③고객 응대

고객 불만에 대해서는 무조건 인정해주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합니다. 파손과 분실 문제도 간간히 있고, 무엇보다도 예약 후 무단 취소(No show)와 그에 따른 위약금 청구가 운영상 난제라고 합니다.

④수익성

설립 취지부터가 수익성보다는 기업의 사회 공헌을 우선으로 한다는 설명과 함께, 투자 비용 회수까지는 바라볼 수 없지만 카페와 기념품 판매 시설이 그나마 운영 수지를 맞추는 데에는 효자 노릇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과제인 '궁집 활용'에 직접 참고하기에는 시설의 성격상 꽤 큰 차이를 보이는 시설입니다.

이제, 사례지 답사보다 더 어려운 시사점 취사선택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함께 헤쳐나갈 용사들! 지금은 웃고 있지만 머리는 복잡합니다.

구름에 떠 있기보다는 궁집에 땅을 딛고 지혜를 모아갑시다.
만만치 않은 1박 2일 일정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