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몽골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늦은 숙제 들어갑니다. 현지 르뽀도 아닌데 해외로밍으로 글쓰기도 좀 아깝고 해서 부득이하게 연재를 쉬었네요.
주말 동안 기다린 분들이 있었다고 믿고 봉화 이야기 이어갑니다.
오늘은 봉화 춘양의 고즈넉한 고택 두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고즈넉'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봉화만큼 고즈넉한 곳도 드뭅니다.
그래서 봉화사람들이 더러 자기들은 경상북도가 아니라 강원남도라는 농담을 하곤 합니다. 말해야 잔소리지만 강원남도라는 지자체는 없지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좀 씁슬합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현대사는 영남패권주의의 역사입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수도권 말고는 유일하게 자본과 산업시설이 집중된 지역으로서 덕분에 상대적인 인구도 가장 많고 인적인 면에서 정치 경제적 영향력도 가장 막강한 곳이 바로 경상도 지역입니다.
봉화 사람들은 말합니다. "봉화에 머가 있니껴? 사람이 많니껴? 돈 되는 기 있니껴?" 경상도 집안의 혜택은 받은 게 없고 강원도급의 홀대(?)만 받았다는 푸념입니다. 날씨도 강원도입니다. TV 뉴스 '대구경북 소식'에 봉화 얘기가 나올 일이라곤 일기예보뿐입니다. '봉화에 첫얼음이 얼었다. 첫눈이 내렸다. 올 들어 처음 영하의 날씨다.'
게다가 오늘 소개할 지역, 춘양쯤 가면 강원도 특유의 억양에 안동 말씨가 섞인 '혼합 방언'이 들립니다. 이래저래 '강원남도 봉화군'은 상당한 해학이 묻어난 표현입니다.
"강원남도" 봉화군 춘양면'의 유서 깊은 고택, 만산고택과 권진사댁을 가보겠습니다.
유적답사를 즐기는 사람들이야 전에부터 이곳을 알고 있었지만 일반 여행객들은 외씨버선길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곳입니다. 아직까지도 덜 알려진 곳이라서 번잡스럽지 않게 고택의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여기가 딱입니다. 두 곳 모두 지은 지는 채 150년이 안 됐지만 이 고장의 춘양목으로 지은 집이라니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정면에 대문을 겸하는 11칸짜리 긴 행랑채가 예쁩니다. 명필 흥선대원군이 쓴 ‘만산(晩山)’과 그의 손자 영친왕이 8세 때 쓴 ‘한묵청연(翰墨淸緣)’이라는 현판도 눈에 띕니다.
이 집을 지은 만산 강용의 직계 후손 강백기 선생이 현재도 거주하면서 숙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주 선비촌, 공주 한옥마을 등 숙박용으로 조성한 '양식' 시설하고 만산고택 같은 '자연산' 한옥은 비교불가입니다. 제가 한옥숙박은 촉이 좀 있는데, 이 집 추천할 만합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만산고택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성암고택이라고도 하는 권진사댁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마침 집이 비어있어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습니다.
만산고택과 권진사댁은 집 뒤 샛길이 외씨버선길(9구간 춘양목솔향기길)로 조성되면서 블로거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너무 때 타기 전에 지금 다녀오세요. 이런 집들은 덜 알려졌을 때 얼른 다녀와야 합니다.
맨 마지막 사진이 몽골어로 '노시훈'이라네요. ^^
까막눈, 눈뜬 장님의 고통을 몸소 체험해 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봉화의 탄산약수터 두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채널 고정.
2014. 7. 21.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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