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연재글

봉화-2.

kocopy 2025. 2. 10. 15:03

오늘은 닭실을 갑니다. 밴드에도 닭실을 아시는 분들이 꽤 있네요. 닭살로 알고 계신 분도 있고…
닭실은 500년 전통의 안동 권씨 집성촌입니다. 금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 명당으로서 택리지에서 하회, 양동, 내앞과 함께 영남 4대 길지로 꼽은 곳입니다. 1944년 일제가 마을 앞으로 영동선을 부설하면서 철로가 금닭의 목 부위를 관통하게 됐다고 합니다. 철로는 지네로 보는데 지네와 닭은 상극이어서 그 뒤로는 닭실에서 큰 인물이 귀하다고 합니다.
'닭실 가선 이런 얘기 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
닭실마을의 주소지는 봉화읍 유곡리입니다. 닭실을 한자로 옮기면 십이지의 열 번째인 '닭 유(酉)'를 써서 유곡리(酉谷里)가 되는데, '닭실'과 비교해 보십시오. 얼마나 멋없는 이름입니까? 그러니 우리는 그냥 닭실로 부릅시다. 일제강점기 때 표준발음 어쩌구 하는 통에 [닥실]이 됐지만 예전에는 [달실]로 발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내에서 요즘 다시 [달실]로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아무튼 닭실은 규제하고 보호하느라 정작 사람은 안 사는 전통마을이 아니라 현재도 농사짓고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그러다보니 국적불명의 어색한 양옥도 섞여 있습니다.
이것저것 미리 알아 보고 닭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꼭 청암정에 들릅니다. 청암정의 건축미는 정자(亭子)의 고장 봉화에서도 으뜸으로 꼽습니다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익숙한 영화나 드라마(스캔들, 음란서생, 바람의 화원, 동이, 선덕여왕)를 이곳에서 많이 찍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입구 오른편에 있는 닭실 부녀회에서는 500년 전통의 닭실한과를 만듭니다. 여러 한과가 다 맛있지만 특히 유과 맛이 끝내줍니다.

<입에 단맛이 남지 않는 은은한 단맛>

닭실유과에 바치는 저의 헌사입니다. 7칸짜리 ㄱ자 건물인 닭실 부녀회에 가시면 여러분은 두 가지에 놀랍니다. 유과 맛을 보고 한번 놀라고 부녀회원들을 보고 또 한번 놀랍니다. 여쭤보지 않았지만 부녀회 막내가 분명 환갑은 넘었을 겁니다. ^^ 이런 생각이 듭니다.
'따로 노인회가 있을까?'

지난 2006년부터 마을 입구에 안내판(마지막 사진 2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워낙' 글 내용이 좋아 그동안 닭실마을을 바르게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2010년에도 그 자리에 있었건만 요즘 가보니 다른 시설로 교체돼 있었습니다. 마치 문화재가 철거된 듯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대단한 분이 쓰셨나 봅니다."

"예, 제가 썼거든요." ㅋㅋ

(미안합니데이! ㅎㅎ)

 

2014. 7. 13.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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