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를 치느르라 한 주 빼먹고 이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으로 유명한 경북 안동.
국보 5점을 포함한 지정문화재가 302점으로 경주 316점에 이어 전국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시군입니다. 그래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도 불립니다.
그런데 문화재의 고장 안동으로 놀러갈라치면 우선 먹을 게 걱정입니다. 안동 홍보책자를 보면 헛제사밥, 간고등어구이, 건진국시, 안동찜닭, 한우갈빗살 등 맛난 거 천지라고 소개돼 있지만…
'어데예?' 먹을 만한 거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저처럼 안동깨나 들락거린 사람이 소개해주는 곳엘 가면 최소한 중간에 숟가락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맛없는 고장의 맛집, 안동의 역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찜닭골목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안동구시장엘 가면 안동찜닭 간판 붙은 음식점 한 30곳이 몰려있는 곳이 나옵니다. 안동찜닭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가 없지만 이곳에 찜닭거리가 형성된 지는 한 40년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철저한(?) 지역 음식이었던 안동찜닭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지난 90년대 초반 서울 등 대도시에 프랜차이즈 '봉추찜닭'이 젊은이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면서부터입니다. 저도 이 무렵 대학로에서 줄서서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한번 먹고는 두번 다시 안 갔습니다.
'어찌나 달던지!' 단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제게 안동찜닭은 단지 닭고기보다 더 많은 당면에 간장과 설탕을 붓고 감자, 당근을 함께 넣어 푸욱~ 익힌 국적불명의 음식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안동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영업상 어쩔 수 없이(?) 맛난 척 해가며 이 맛없는 음식을 즐기다가 비로소 얼마전 제 입맛에 맞는 찜닭집을 발견했습니다. "서문찜닭"
부산서 안동으로 시집 온 젊은 아지매가 요리하는 집인데 일단 설탕 반, 조미료 반 들척지근한 그 맛이 아니라서 좋습니다.
저는 서문찜닭을 좋아하지만 찜닭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집은 현대찜닭입니다. 다른 집은 자리가 비어도 이 집엔 중고생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맛은 별다르지 않습니다. 인기의 비결은 오직 하나! 몇 년 전 '현대찜닭'에 1박2일이 다녀갔기 때문입니다. 이승기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찜닭을 먹고싶다는 뜻이지요. 아시죠? 우리나라 관광지는 1박2일이 다녀가면 묻지마가 됩니다. 바로 '1박2일의 딜레마'입니다.
혹시 안동 가서 찜닭을 드시게 되거든 현대찜닭에 줄을 서거나, 제 말을 믿고 서문찜닭을 가시거나 아니면 마음에 드는 아무 집에나 가시면 됩니다. 왜냐면 맛은 거기서 거기거든요!
내일도 안동 맛집 이어집니다.
채널 고정!
2014. 1. 11. 오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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