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연재글

맛집의 역설-경주.

kocopy 2025. 2. 2. 11:44

어제 이래저래 큰 일 치느르라 연재를 쉬었습니다. 그러나 거를 수는 없지요.

하루 늦은 월요일 아침에, 맛없는 동네 맛있는 집 이야기 계속 이어집니다.

경주는 사실 제가 아는 맛집이 거의 없습니다. 어디 맛있는 거 먹겠다고 경주 가는 사람 있습니까? 관광차, 답사차, 수학여행차 가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업무차 경주를 다니면서도 식사는 매번 한끼 때우듯이 먹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집이 '도지식당'. 등심구이의 진수를 맛보고 왔습니다.
식당 얘기하기 전에, 경상도로 한우 먹으러 갔을 때 메뉴 고르는 팁 하나 드릴까요?
"등심을 시켜 보세요!"
경상도, 특히 경북 쪽 한우집을 가면 유독 갈빗살 메뉴가 많습니다(특히 경북 북부). 오죽하면 안동시청 근방엔 갈비골목이 다 있겠습니까? 확실히 이 사람들 갈빗살 좋아합니다.
'갈빗살 선호'라는 지역적 특성! 이때 등심이 느끼는 상대적인 소외감! 우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등심이 누굽니까?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우의 기준입니다. 한우 등급은 등심으로 판정합니다(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현행 등급제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한우 좀 먹었다'는 얘기는 '불판에 등심 좀 구웠다'는 얘기와 같은 말입니다. 1등급이네, 투플러스네 하는 육질등급이 전국민의 상식이 되고난 다음부터는 한우 부위 중 등심의 지위는 더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떡이랍니까? 경북에 오시면 '갈빗살만도 못한' 천한 등심을 저렴한 가격에 드실 수 있습니다. 그 중 한곳이 경주 '도지식당'입니다.
도지식당은 경주시청에서 빠른 걸음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지역밀착형 대포집입니다. 외지인들이 줄 서는, 속칭 관광지 맛집이 아닙니다. 사진이 없어 못 보여드리지만 시설은 그야말로 실내포차 수준입니다. 저에게 이 집을 소개해 준 분도 '지역 맛집의 보증수표' 시청 공무원입니다. 파워 블로거의 맛집 소개에는 안 뜹니다. 네이버 블로그 하나 검색되는데 제 소개로 다녀온 사람의 글입니다. 흠흠~~
메뉴는 딱 하나, 등심구이! 이 정도 맛이라면 서울의 무등산이나 새벽집에 안 빠지는 수준인데 g당 가격은 거의 4분의 1 정도입니다. 좀 의아한 것은 마블링입니다. 아래 사진 속의 고기가 1++ 등급이 아닌데도 맛은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우 맛은 등급순이 아니잖아요???
뭐 긴 말 필요합니까? 이 집 등심 정말 싸고 맛있습니다.
도지식당이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이른바 경북북부권(안동, 예천, 영주, 봉화, 청송, 영양 등) 맛집의 역설이 이어집니다.
한 주 맛있게(?) 시작하시고, 채널 고정!

 

2013. 12. 16. 오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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