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동네의 맛집 이야기, 지난 주 대구의 맛집을 올렸는데 이런 반응이 많더군요. "대구는 역시 막창!"
그래서 오늘은 대구막창집 두 군데를 소개할까 합니다.
막창! 이게 과연 뭘까? 말 그대로 마지막 창자, 즉 똥꼬에 가장 가까운 창자를 말합니다. 음식전문가들은 돼지에게나 막창이 있지 소의 그 부위는 사실상 막창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전에 적힌 막창의 정의가 '소나 양처럼 되새김질하는 동물의 네 번째 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어느 말인 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막창의 원조로 인정받는 대구에 가면 참~ 막창집도 많습니다. 심지어 시에서 후원하는 막창골목도 여러 군데 있습니다. 업무차 대구께나 다니던 저는 대구막창 많이 먹었지요. 그 많은 막창집 중 친구들께 과감히 소개할 곳은 딱 2군데, 솟대막창(동촌유원지 부근)과 마루(수성못 부근)입니다. '얼마 전(2014년 8월) 가보니 동촌유원지에도 마루 분점이 생겼더군요.'
막창의 고소한 맛은 그대로이면서 특유의 희한한(?) 냄새는 덜 나는 집 그리고 찍어먹는 소스가 맛있는 집입니다. 실내도 꽤 깔끔합니다. 특히 마루는 암만 봐도 갤러리 용도로 지었다가 '사정상 급매'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준 높은 실내경관을 자랑합니다. 혹시 막창 먹겠다고 대구 가신 분들께는 요 두 집 추천합니다.
막창을 먹기 위한 준비로는 머리, 옷을 비롯한 전신이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개의치 않는 도전정신과 까맣게 탄 부위를 쉴새없이 가위질 해대는 근면성만 있으면 됩니다.
'막창과 나'를 적으며 글 마무리합니다.
제가 막창을 처음 맛 본 건 20년 전입니다. 93년, 서태지 2집 하여가가 '길보드' 차트를 휩쓸던 여름, 저는 과(科) 동기를 따라 난생 처음 성주를 가봤습니다. 3박 4일간 놀러 간 거지요. 낮엔 주로 대구에서 놀고 밤엔 성주로 돌아와서 '어김 없이' 막창에 소주 한 잔! 막창은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었습니다. 뭔 기름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첫날엔 몇 점 먹지도 않았습니다. 3일째에는 어느새 막창 맛에 눈을 떴지만 서울에 와서는 찾아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 뒤로 10년쯤 지나니 이 별스런 음식은 어느새 전국구 메뉴가 돼 있었습니다.
내일 연재는 대구에 하루 더 있을까 옆 동네로 넘어갈까 생각 좀 해보고 글 올리겠습니다.
채널 고정.
2013. 12. 14. 오전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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