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름부터가 맛집이 되고자 하는 야심이 없는 집입니다.
퇴근길야식이라? 실내포차가 연상되지요.
그러나 이곳이 바로 my favorite, '내가 좋아하는 숨은 맛집'입니다.
육개장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식당입니다.
사실 저는 육개장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문자로 날아오는 부음만 따라다녀도 한 달 평균 한 번은 먹게 되거니와 어쩜 그렇게 전국적으로 맛이 통일됐는지… 곤죽이 돼버린 고사리에 달달한 국물 맛하며 식당에서 돈 주고는 절대 안 사먹는 음식이 바로 육개장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집에 가면 다른 건 안 먹고 육개장만 먹습니다.
처음 이 맛을 보고는 그랬습니다. '아하! 이게 영주식 정통 육개장인가 보구나!'
출장 가면서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갑니다.
'아이구, 육개장 좋아하는 양반 오셨네!'
'안녕하세요? 육개장 하나 주세요! 이게 영주식인가봐요?'
'아니예요. 저 서울 사람이에요! 영주 와서 사는 거지.'
'아, 서울식 육개장이 이런 맛이구나! 국물은 고추씨기름으로 만드시나요?'
'그냥 고추장이에요. 그리고 고기는 양지머리만 써요.'
'허영만 씨가 진짜 육개장 찾는다고 여길 다녀갔다면서요?'
'예 맞아요!'
식객의 육개장 편을 꼼꼼이 읽어봤지만 이 집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럼 왜 다녀갔을까?'
저는 정통 육개장 맛이 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얼큰한 고깃국이 먹고 싶을 때면 이 집 생각이 납니다.
연한 살코기에 푹익은 대파와 고사리, 그리고 얇게 푼 계란 고명이 섞인 뻘건 고깃국물을 육개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음식의 원형은 개장국, 즉 개고기국이라고 합니다. 개장국은 대표적인 서민 보양식이지만 예전에도 불교신자들을 포함하여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고 끓인 장국이라 하여 육개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닭고기를 찢어 넣은 닭개장을 파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육개장에 대한 얘기는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도 나옵니다.
유래야 어떻든, 이 집 육개장이 정통이든 아니든 저는 퇴근길야식의 육개장이 입에 맞습니다. 이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온 지가 1년은 되다보니 이 육개장 맛을 본 것도 근 1년만입니다.
사실 이 집은 김치찌개 맛도 좋습니다. 아직 안 먹어봤지만 된장찌개도 맛있다고 하네요. 주인 아주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고 그 중 육개장이 제 입맛에 맞는다고 하면 정확히 정리된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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