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창(네이버 연재)

조력문화관/안산어촌민속박물관

kocopy 2025. 3. 23. 08:56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지역 특성을 말해주는 두 곳의 박물관을 찾아간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어촌으로 번성했던 과거의 안산과 대부도를 말하고 있다. 물론 대부도는 지금도 어업을 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과거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조력문화관은 연육교와 방조제로 육지와 이어진 대부도의 현재와, 어쩌면 미래일지도 모르는 모습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포도밭과 염전으로 유명한 안산 대부도는 배를 타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대부도처럼 연육교 혹은 방조제로 이어져 섬 아닌 섬이 된 곳은, 작은 섬은 빼고 큰 섬만 헤아려 봐도 강화도, 안면도, 진도, 돌산도, 남해도, 거제도 등등 전국에 수도 없이 많다.

 

대부도를 섬 아닌 섬으로 만든 방조제가 그 유명한 시화방조제이다. 간척사업이 얼마나 무모한 반환경적인 행위인가를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고, 요즘은 역으로 개발론자들이 친환경 개발의 더없이 좋은 사례라고 역설하는 곳이기도 하다.
간척을 위해 방조제를 두른 뒤로 시화호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호수로 썩어들어 갔고 결국 고육지책으로 해수를 유통시킨 뒤에야 이 죽음의 호수는 급격히 맑아져서 이때부터 이 커다란 해수호가 수많은 야생 동식물의 보고가 되었다. 그야말로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을 크게 한번 확인한 셈인데, 이걸 두고 친환경 개발은 이렇게 하는 거라면서 성공 사례로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아전인수도 이 정도면 창의적인 수준이 된다. 한 대 맞았는데 마침 앓던 이가 빠졌다고 해서 ‘아이고 때려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친환경 해수호를 얻은 대신 더 큰 가치를 지닌 광활한 갯벌을 잃지 않았나!
어찌 됐든 조수간만차가 10미터에 육박하는 서해바다 위에 이런 거대한 둑이 생겼으니 조력발전의 최적지가 탄생한 셈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세계 최대 발전량’을 자랑하는 시화조력발전소이다. ‘세계 최고’ 좋아하는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조력발전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폐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발전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시화조력발전소는 ‘불행 중 다행’의 분명한 사례가 될 것이다.

왼편의 서해와 오른편의 시화호를 가르는 커다란 둑이 조력발전소이다.

이런 내력으로 만들어진 시화조력발전소의 홍보관이 조력문화관이다. 일반인은 발전소에 접근할 수 없으므로 조력문화관은 발전소가 바라다 보이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조력문화관 인근은 전망대를 겸하는 휴게공원으로 조성했는데 휴일이면 차 댈 곳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조력문화관은 조력발전을 비롯한 발전의 원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지난 2014년에 개관했으니 아직은 새 박물관이며,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므로 ‘당연히’ 넓고 깔끔하고 쾌적하다.

전시실은 건물 2층에 마련돼 있다.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홍보관이지만 과학관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에너지의 종류와 발전의 원리를 체험으로 이해하고, 방아를 빙글빙글 돌리며 마력을 공부하고, 봉을 비벼가며 원시인들이 불을 피우던 원리를 익힌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전기를 일으키는 조력발전의 원리도 모형이 매입된 영상 화면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의 원리를 학습하는 체험 전시 공간

꽤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돼 있기는 한데 여기 다녀간 관람객 중에 이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10%나 될까 장담을 못하겠다.
그렇다고 전시 전달력 면에서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조력문화관 갔을 때, 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런 어떤 걸 보고 온 것 같아!’라는 식으로 잔상만 남아 있어도 과학관은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박물관의 창> 시리즈 초반에도 언급한 바처럼, 박물관을 다녀오면 독후감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은 내려놓으시라고 권해드린다.
관람 순서가 꽉 짜인 강제동선이 아니라 순서 없이 넓게 펼쳐진 자유관람동선 방식이라 아이들에게는 그냥 좋은 놀이터이다. 방아를 붙잡고 빙글빙글 도는 아이들 중에 ‘내가 지금 마력의 원리를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10명 중 하나나 될까 싶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선은 재밌으면 된다.

써클비전이라고 불리는 360° 대화면 영상

조력문화관은 전망대가 명물이다. 75m 높이의 전망대를 오르면 육지와 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바닥이 훤히 뚫린 유리데크가 압권이다. 다리가 떨려서 유리 위에 못 올라서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런 좋은 시설에 더구나 무료입장이다 보니 휴일에는 30분 줄서기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강화유리 면을 통해 바닥이 내려다보이는 조력문화관 전망대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섬 안에서 조력문화관의 반대쪽, 즉 대부도의 제일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탄도라고 불리던 별도의 섬이었지만 대부도 본섬과 간척지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대부도의 동남쪽 끝자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라고 하면 우선 ‘안산이 어촌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안산공단,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도시, 이런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안산이 내륙 어디쯤에 있는 공업도시로 인식되곤 하지만 간척이 있기 전에는 경기만의 중심을 이루던 어촌이었다.

황해도와 충청도 사이 움푹 들어간 내해가 경기만이며 그 중심에 안산이 있다(출처: 네이버지도).

어촌민속박물관은 전국 어디를 가나 전시시설의 구성이 거의 유사하다. 이곳저곳에 만들다보니 하나의 정형이 생긴 거다.
정형 첫 번째. 일단 수족관이 있다. 인근 해양에 서식하는 어류들이 어항 속에서 헤엄치고 있고, 수족관이 비좁을 만큼 커다란 어류나 해양동물은 박제로 전시한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의 경우엔 커다란 물개 박제가 놓여있다.
정형 두 번째. 그 지역의 전통 어업 방식과 그에 따른 다양한 어구들이 전시돼 있다. 안산의 경우는 서해의 조수간만차가 만든 염전과 갯벌 채취 등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바닷가 근방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공룡알 화석 등도 전시돼 있다.
안산과 비교하자면 완도어촌민속전시관에는 김이나 전복 양식에 관한 전시, 영덕어촌민속전시관에는 대게잡이에 관한 전시가 있다.
정형 세 번째. 어촌의 내력과 함께 형성된 독특한 민속과 문화에 관한 전시이다. 안산어촌에서 전통적으로 행하던 풍어제와 뱃고사를 연출한 모형과 영상물을 살펴 볼 수 있다.
제주의 전시관에는 해녀 문화, 삼척의 전시관에는 남근숭배신앙에 관해 전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되겠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의 수족관 시설. 전국의 수많은 어촌박물관 중에 수족관이 없는 곳은 없다.
어촌민속박물관에는 방학숙제를 겸한 어린이・청소년 단체 관람객이 많다.

전국적으로 어촌민속박물관은 광역지자체별로 안배가 돼 있다. 전남 완도, 경남 거제, 경북 영덕, 강원도 삼척, 그리고 부산과 제주에도 어촌민속박물관이 있다. 제주의 경우엔 이름이 해녀박물관이다.
따라서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경기도 대표 어촌박물관인 셈이다. 지난 2006년 처음 문을 연 후 일부 시설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6년에 다시 문을 연 새 박물관이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가까운 곳의 염전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체험학습이 될 것이다.

대부도는 염전으로도 유명하다. 소금을 만드는 체험학습 중인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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