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연재글

서울 창덕궁-5(주변).

kocopy 2025. 2. 19. 14:08

이제 북촌입니다.
창덕궁을 나서 경복궁으로 향해 가는 길에 수백 채의 한옥(종로구청에서는 999채라 표현)을 만날 수 있는 옛동네가 북촌한옥마을, 혹은 가회동한옥마을입니다.
종로의 북쪽이라서 북촌(北村)이라 불렸던 이곳은 조선의 고관대작 상류층이 모여 살던 도성 최고의 명당 주거지였습니다. 조선 팔도 최고의 명당 자리가 궁궐인데 창덕궁과 경북궁 사이의 북촌, 경북궁 서편의 서촌이 명당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솟을대문을 열면 너른 마당이 펼쳐지고 그 배경으로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늘어선 아흔아홉칸 고래등 같은 정승댁, 판서댁이었을 겁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정승댁은 중소 규모 가옥으로 재건축되었고 서로 일렬로 마주 보고 선 수백 채의 개량형 한옥들로 도시형 골목을 이루었습니다. 슬레트 홈통에 창문 쇠창살, 타일 밖힌 담장까지 북촌 한옥의 원형(?)이 생겨난 겁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2001년까지는 전통 보존이라는 명분 아래 북촌엔 각종 건축 규제가 많았습니다. 내집이라도 마음대로 개보수를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북촌이 싹 헐리고 빌딩이 들어서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수많은 규제는 한옥의 퇴락을 부르고 실제 생활하던 거주민들은 이곳을 떠나갔습니다.
규제가 없어지고 장려책이 실시된 이후 북촌은 생활형 가옥의 기능에 더해 문화예술인들의 작업실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편 생각해보면 그때 규제하지 않았다면 오늘 북촌은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시 인기를 얻은 북촌의 집값은 웬만한 아파트 값을 넘는다고 합니다. 북촌이 도로 부촌이 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말의 북촌은 민속촌을 방불케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어디선가 '스미마센!' 소리가 들리면 거기부터가 북촌이라더니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습니다.
북촌에서 경복궁 쪽으로 길을 잡으면 삼청동길로 들어섭니다. 마술인지 마임인지 모를 예술공연(?)을 하는 사람, 작은 소품을 파는 사람 등등을 보며 가볍게 걸으면 어느새 경복궁에 닿습니다.
서울 창덕궁 얘기는 요기까지 하겠습니다.

2013년 9월 14일 첫회, 군산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오늘까지 총 136회를 연재했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전달 수준의 짧은 글이지만 이것도 이젠 읽기에 부담스런 길이가 됐습니다. 밴드의 트렌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데 따른 나름의 부담도 있고,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는 얘기지요.
연재를 시작할 때 시작의 변이 있었듯이 끝낼 때도 비슷한 얘기와 함께 미침표를 찍으려고 '중대발표' 어쩌구 거창한 예고를 했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채널고정 풀어도 돼요. ^^

 

2015. 1. 4.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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