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다. 무슨 대화 끝에 어려서 스케이트 탄 얘기를 하는데 부산 출신의 같은 과 동기가 옆에서 그러더라! "우와! 너희 집 쫌 살았구나!"
그게 무슨 말인지는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부산 사람 중에 스케이트를 타 본 사람은 당시 집에 자가용이 있던 사람만큼 드물었다.
"그래! 우리집이 쫌 살았다! ^^"
'좀 살기는 개뿔… 망우리에서는 겨울철 대중 스포츠여!'
망우, 중화, 면목초등학교부터 중화, 송곡, 영란, 태릉, 혜원, 장안중학교 등등을 전전한(?) 우리 친구들은 알 거다. 송곡여고 옆은 온통 논이었고 추수 끝낸 논에 물만 재어 놓으면 12월부터는 천연스케이트장이 된다는 사실.
논 주위에 말뚝을 박아 새끼줄로 경계담을 만들고 걸게에 '비호스케이트장'이라고 써놓고는 입장료를 받았다. 내 기억으론 당시 1인당 200원. 가마니가 깔린 비닐하우스에서 스케이트도 빌리고 한 켠에서 떡볶이도 사먹었지!
당시 아이들의 로망은 내 스케이트를 장만하는 것! 집에 놀러온 외삼촌 앞에서 온갖 알랑방구 끝에 서울운동장에 나가 'SAVER' 마크가 선명한 검은색 스케이트를 선물 받았을 때는 요즘 새 차를 장만한 것보다 더 기분이 째졌었지.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대충 자빠져 가며 배운 스케이트라 멍도 많이 들고 심지어 입술도 깨먹었지만, 도떼기시장 같던 그때 그곳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다.
중학교 때도 이 곳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땐 또 여학생들 쳐다보는 재미도 있었고…
요 며칠 TV로 소치 얼음판만 들여야 보다 갑자기 돋는 추억.
비호스케이트장이 있던 당시 논바닥은 지금 어드메쯤일까?
2014. 2. 20. 오후 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