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월도의 세 가지 것을 올립니다. 굴밥, 독살, 주꾸미그물.
간월도, 서산방조제 이전 섬이던 시절에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했습니다. 간월암에서 득도한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한 후부터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왕실 진상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리굴젓기념탑도 있습니다. 유명세는 아직도 이어집니다만 사실 옛 명성에다가 내리막 기어 얹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명성의 흔적은 해안도로를 따라 쭉 늘어선 영양굴밥집에 남아있습니다. 이 많은 굴밥집 중 외지인들이 줄서는, 속칭 갑장은 맛동산입니다.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 말고 굴밥집의 이름이 맛동산입니다. 이 집도 명불허전의 맛집이지만 좀 ‘덜 유명’해도 재료와 정성에서 미세한 차이가 나는 <마이스타일>이 바로 큰마을영양굴밥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안’ 친절하다(불친절과 구별)는 충청도 서비스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준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식전에 나오는 굴파전과 어리굴젓에 이미 배가 불러올 때쯤 굴밥이 나옵니다. 굴을 밥 위에 얹고 즉석에서 지은 밥을 일일이 옆에서 공기에 담아 줍니다. 머릿수대로 시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도 맘에 듭니다.
서해안 특유의 고기잡이 '독살'을 아시나요? 물이 찼을 때는 수중에 숨겨뒀다가(?) 물이 빠지면 고기를 가두는 방식입니다. 아래 두 사진의 시차는 15분인데 뒤에 사진을 보면 이미 물이 독살을 넘고 있지요? 이때 저 안에 들어온 놈들은 독안에 든 고기가 되는 겁니다. 근데요, 독살이 한 곳에서 오래 되면 고기들이 잘 안 속는다네요. 고놈들 참, 영리해요!
이런 영리한 애들도 있지만 소라가 제 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그대로 실려오는 '쫌' 떨어지는 애들도 있습니다.
소라 껍데기를 발견한 주꾸미가 외쳤습니다. "소~~라야"
제 집이 아닌 줄 알았을 때 생각합니다. "너 낮설다"
소라 껍데기가 제 무덤인 줄 알고는 소리칩니다. "요~물! 요물!"
주꾸미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하고 싶다! 제철 주꾸미 먹으려면 반년 기다려야 되네.
내일은 화천 오지마을로 갑니다.
사진에 빨간 동그라미가 간월암이 있는 바로 그 섬입니다.-어제 올리려던 사진.
2013. 9. 28. 오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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