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만리장성 넘어 말을 달려오는 야차 같은 도적떼들.정착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북쪽의 유목민은 공포의 악귀일 수밖에 없다.하늘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제 곧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물자를 마련할 때가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말이 살쪘다는 것은 봄과 여름을 지나며 풍족한 초지에서 배를 불린 말들이 언제든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화북지방 농경민들에게 하늘이 높고 말이 살쪘다(天高馬肥)는 것은 풍요로운 가을의 낭만이 아니라 예고된 재앙을 앞둔 공포였던 것이다.도대체 유목민은 왜 농경민을 약탈하는 것일까? 태생적으로 호전적이어서?틀린 말은 아니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나고 자란 탓에 적자생존의 결과로 강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 맞장뜨기에 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개별 전투력 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