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물안개 피는 주산지, 붉게 타는 주왕산

kocopy 2025. 1. 10. 13:00

기상청 단풍지도(절정일) - 설악산 10월 18일, 오대산 10월 20일, 주왕산 10월 27일, 내장산 11월 3일.

아싸! 이것 봐라! 4월에 짠 일정표로 단풍 날짜를 맞췄다!!!  신기가 내렸네!

 

10월 26일 주왕산 단풍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단풍이 절정이니 사람은 오죽 많았겠습니까?

그래서 단체 사진은 좀 한적한 곳으로 옮겨 찍었습니다.

주산지, 주왕산 얘기 하기 전에, 히터 꺼진 버스 속에서 노숙(?)하며 무박 여행 다녀오신 회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그나마 여러분이 얼어 죽지 않은 건 제 머리에 스팀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산 너머 살구에서 처음 떠나보는 무박 여행.

버스에서 노숙하며 주산지에 도착한 때는 5시도 채 안 됐건만 주차장 버스 구역은 이미 만차 직전이었습니다.

그나마 주산지 가는 산길이라도 보이려면 앞으로 1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가지각색입니다.

차 안에서 히터 틀고 자거나 밤하늘의 별을 헤거나 난로 앞에서 오뎅 국물을 마시거나 새벽부터 소주를 한잔 하거나 그냥 랜턴 들고 주산지로 가거나…

그 지난한(?) 기다림 끝에 맞이한 주산지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선경이었습니다.

같은 날짜 뉴스원에도 기사와 사진이 실렸습니다. 제목은 <청송 주산지, '단풍에 물들다'>

팔이 가장 높은 겨자색 잠바와 그 뒤 주황색 잠바, 황정재 님 내외가 매스컴 탔습니다. 뒷모습만…
앞모습은 이렇습니다.

주왕산 입구에서 아침밥 먹고 왕복 4시간짜리 산행에 들어갑니다. 한 줄로 서서 쫄쫄 오르는 게 아니라 각자 체력과 의욕에 맞게 알아서 왕복하는 코스입니다.

주왕산의 옛이름은 석병산. 이름 그대로 산 전체가 돌병풍입니다.

주왕산의 얼굴과도 같은 기암, 학 한 쌍이 살았다는 학소대, 모아이석상처럼 생긴 시루봉, 병풍암, 그리고 이름모를(?) 바위들입니다.

이처럼 산 전체가 바위 협곡이지만 산에 오르기는 오히려 더 쉽습니다. 계곡마다 바위마다 다리를 놓고 나무데크로 포장해놔서, 쉬엄쉬엄 걸으면 경사를 거의 느낄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용추폭포(제1폭포)는 맨발로도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실제로 이곳까지 유모차가 오는 것을 봤습니다.

제2폭포라 불리는 절구폭포입니다.

가장 크고 넓은 용연폭포(제3폭포)입니다.

산깨나 다니는 사람들은 '주왕산 다녀왔다'는 자랑은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산도 높지 않고(722미터) 계곡마다 다리가 놓여 있는 주왕산을 아마추어의 영역으로 치는가 봅니다. 저는 아마추어라 그런지 주왕산이 참 좋습니다.

용추폭포 못 미쳐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의 연리목을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나무와 나무가 맞붙어버린 연리목은 부부의 금실을 상징합니다. '부부의 금실' 얘기 나오면 앞장 서서 포즈를 취할 한쌍은 이미 앞질러 가버렸고, 앞으로 '오빠 달려!' 커플이 유력한 또 다른 한쌍이 다정스런 포즈를 취했습니다.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 중 16개가 산입니다.

주왕산 주변을 보세요. 사방 200리 내에 국립공원은 이 곳이 유일합니다. 이 주변에서는 군계일학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우리 산너머살구에서는 다도해, 태안, 변산에 이어 4번째 국립공원 탐방입니다.

'아직 갈 곳은 많습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다닙시다!'

 

 

 

 

 

 

 

 

 

 

 

 

 

 

 

 

우리나라 사과의 고장은 몇 군데나 될까요?

'저요 저요!' 손 든 곳만 세어도 스물은 넘을 겁니다. 역사와 전통의 '대구 사과'가 타이틀을 내려놓은 지는 한참 됐고 지금은 청송, 영양, 안동, 영주 등 경북 북부지방이 전국 최고의 사과라고 자랑하지만 그 중의 최고는 단연 청송 사과입니다. 백화점에서 사는 선물용 최고급 사과도 청송 브랜드는 타지역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합니다. 사과를 백화점에서 사 본 적이 없어서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사과철에 사과의 고장을 갔으니 당연히 한 입 먹고 와야지요.

사과 집하지에 가니 한번에 8조각을 내는 사과 절단기도 있더이다.

 

 

  

 

"제 사과를 받아 주세요!"

 

 

냉방버스에 대한 반성도 할 겸 수행자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사과를 닦았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지라 비행 님이 찍은 사진을 도용했습니다.)

 

 

특이한 식당 한 곳을 소개하면서 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청송시장 길 건너서 좁다란 골목길을 두번 꺾어 들어가면, 간판도 따로 없이 대문 기둥에 만보식당이라고 적힌 집이 나옵니다. 제가 선호하는 형태의 맛집입니다. 물론 이곳도 지역맛집의 보증수표, 군청 공무원을 따라 간 곳입니다. 시원 칼칼한 해물탕과 먹을수록 입맛 당기는 골부리찜이 제 입맛에 딱입니다.

 

가장 맛나게 먹은 건 골부리찜입니다. 골부리는 다슬기를 일컫는 이 지역 사투리인데 지역에 따라 고디, 올갱이 등으로도 불립니다. 해장국으로나 먹었지 이렇게 찜으로 해먹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만보식당의 대표 메뉴는 해물탕과 해물찜입니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내륙지방 청송에 웬 해물탕?'하고 갸우뚱했는데 다음에 또 가면 청송에서 해물요리를 만드는 그 사연을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지난 7차 영주, 봉화 여행이 온전한 문화유적답사였다면 이번 8차 청송 여행은 온전한 단풍구경이었습니다.

이제 산너머살구는 매번 여행이 단일 테마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음 9차 순천 여행은 온전한 먹거리 여행으로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