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어김없이 또 왔습니다. 예고대로 여수에서 서북쪽으로 달려 순천을 가보겠습니다.
"'주변에 혹시 순고 나오신 분 계신가요?"
순고, 즉 순천고등학교 졸업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경북 북부의 안동고, 충남의 공주고, 강원 영동의 강릉고처럼 동부 전남의 수재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순고입니다.
'아참! 서울 동부의 면목고도 있었네요.' ^^
여행 얘기 한대놓고 웬 뜬금없는 명문고 타령??
명문고가 위치한 지역은 오래전부터 그 일대의 중심지였던 곳입니다.
순천고가 위치한 순천은 지금의 순천과 여수를 아우르고 광양과 보성의 일부까지 포괄하는 전라좌도의 중심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순천도호부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엔 조정에서 관아를 만들고 관아와 민가를 아울러 읍성을 쌓게 됩니다. 그런 곳 중 한 곳이 순천의 낙안읍성입니다. 그러므로 읍성이란 일종의 계획도시로 이해하면 됩니다. 백제시대부터 토성 형태로 있던 것을 조선초에 왜구의 침탈에 대응하고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낙안은 순천시의 일개 면이지만 예전 순천도호부가 있던 시절에는 군수가 있던 낙안군이었습니다.
낙안읍성은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민속마을과는 가치 면에서 다릅니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는 거지요. 사람이 살지 않는 고가를 문화재로서 관리하는 수많은 민속마을과 300명 가까운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는 낙안읍성의 차이는 방문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멧돌 돌리는 아주머니, 지붕에 이엉 얹는 아저씨,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관광객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현재 낙안읍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습니다. 안동 하회나 경주 양동처럼 한국의 문화원형을 보여주는 역사마을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직전'입니다. ^^
물론 낙안읍성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말이 아저씨, 아주머니이지 주민 대부분이 60을 넘긴 할배, 할매들입니다. 자연스런 세대 재생산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오면 낙안읍성도 여타 민속마을처럼 문화재단지로 전락(?)하겠지요?
물론 모르는 일입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 갑자기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아파트를 버리고 민속마을에 사람이 몰리는 세상이 득달같이 찾아올지는 …
순천하면 첫째가 순천만이지만, 온전히 한 페이지를 할애하려고 오늘은 아껴둡니다.
내일 순천만 얘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채널 고정.
2014. 3. 8. 오후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