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훈의 테마기행/2012~15년

센 베노! 몽골

kocopy 2025. 2. 3. 13:01

주말을 끼고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업무상 다녀왔지만 해외에 나간다고 어디 종일 일만 한답니까?

 

한국을 벗어나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라가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지만(그래도 가게에서 담배 정도는 삽니다. ^^),

몽골의 경우는 좀 심해서 저 혼자서는 화장실도 못 갑니다.

말은 고사하고 글을 못 읽으니 정말 말 그대로 '눈 뜬 장님'입니다.

'이게 제 이름이라네요!'

까막눈의 고통을 체험해 본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그나마 명패하고 명찰에 적힌 이름이 달라요.

하지만 언젠간 제게도 이름 석자를 읽고 쓸 날이 올 겁니다. ^^

 

말은 한 마디 배웠습니다. "센 베노"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랍니다. 써먹을 데가 많겠죠?

'제대로 전달이 된 건지?'

생전 처음 외국인을 상대로 강연을 해봤습니다.

강연의 첫 마디는 '센 베노'로 시작했습니다. ^^

 

♬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 ♩♪

변진섭의 노래 '희망사항'에 나오는 이런 여자가 몽골에는 참 많습니다.

육식을 즐겨서인지 대체로 몸집들이 좋은데 다리만큼은 쭉쭉 뻗었더군요. 휘거나 심한 알통이 박힌 다리를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랑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민족이라던데…… '참 이상하죠???' ^^

유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분을 뵙고는 을매나 놀랐던지!

조선로동당 서열 4위 어쩌구 하는 분 아닙니다.

둘째 날 방문했던 몽골군사박물관의 관계자입니다.

어때요? 유전적으로 가까운 나라 맞죠? ^ ^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것 같습니다. 몽골군사박물관 초입에 있는 이 돌사자상이 왠지 아주 익숙합니다.

경주에 가면 볼 수 있는 사자상과 닮지 않았나요?

분명히 무슨 교류 관계가 있을 겁니다.

사진은 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입니다.

몽골의 날씨는 춥고 건조합니다.

웬만해선 한여름에도 30℃를 넘지 않는데다 습하지가 않으니 괜찮은 호텔에도 에어콘이 없습니다. 물론 특급호텔엔 있겠지만요.

1년 동안의 강수량이 200~250mm라니 우리나라(1200~1250mm)의 5 내지 6분의 1 수준입니다.

비가 별로 오지도 않는데다 한국처럼 '산성비라 해롭다'는 생각이 퍼져 있지도 않다보니, 비가 와도 우산을 안 씁니다.

누구는 또 그러겠군요!

'몽골에 가서 우산을 팔아야 진정한 세일즈맨이다!' 

울란바토르 셋째날은 하루 종일 비가 왔었는데 이런 날은 연중 드물다고 합니다.

비가 오던 바로 그날, 울란바토르 외곽의 테를지국립공원엘 갔습니다.

사진 왼편 길 옆에 있는 바위가 거북바위.

좀 가까이 보실까요?

유명하긴 한가 봅니다. 식당에도 그림으로 붙어있네요.

 

 

초원을 거니는 소떼나 말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산 아래 중간중간에 몽골텐트라 불리는 게르도 흔히 볼 수 있었고요.

소가 무단횡단을 합니다.

하긴 이 곳의 주인은 소가 맞고 사람이 길을 빌렸다고 보는 게 옳겠지요?

시야가 충분하기 때문에 로드킬 염려는 안 해도 될 듯합니다.

몽골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소가 지나가면 복이 들어오는 것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면 반대라고 합니다. 지금은 복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말을 타고 다니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방을 멘 걸로 봐서는 하교길인 것 같습니다.

말 타면 개 부려야지요! 옆에 개 보이시죠? ^^

국립공원 내에 '울란바타르-2'라는 깨끗하고 음식값도 비교적 저렴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붕어빵인 듯 왕만두인 듯 생긴 요 음식이 양고기로 만든 몽골 만두 호쇼르입니다.

절인 야채를 얹어 먹으니 먹을 만했습니다.

 

식당 바로 옆이 관광객들이 체험 말타기를 하는 곳인데, 비가 와서 위험하기도 하고 지저분해진다고 해서 다들 포기 ㅠㅠ

몽골의 영웅은 단연 징키스칸입니다. 그 다음은 그의 손자 쿠빌라이칸(세조)입니다.

공항이건 식당이건 광장이건 징키스칸의 영정이나 동상은 수도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징키스칸에서 시작되는 역대 칸들의 영정이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쭉 걸려 있습니다.

몽골 독립의 아버지 수흐바타르의 동상도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청나라의 핍박을 받던 몽골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 1921년 7월 11일이고 이때의 전쟁영웅이 바로 수흐바타르 장군입니다. 몽골에서는 7월 11일 독립기념일을 기려 매년 나담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제가 몽골에 도착한 때가 아쉽게도 몽골 최대의 축제 나담축제가 막 끝났을 때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후 몽골은 러시아식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이때부터 70년간 공산국가(몽골인민공화국)를 유지해왔는데 그래서 북한과 관계가 돈독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한국과 3각관계식의 외교 마찰이 있어서 한때 주몽골 북한대사관을 폐쇄하고 철수한 적도 있었지만 곧 둘의 관계는 복원되어 지금도 애증(?)의 세월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독한 관계를 증명하듯 올란바타르 시내에는 북한 식당 '평양백화관'이 있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하고 호기심에 들렀는데 결과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음식맛이 괜찮았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왠지 음식 갖고 장난치지 않았을 거라는 근거없는 동포애적(?) 믿음도 한몫 했겠지요.

김치도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습니다.

더욱 좋았던 것은 친절하고 예쁘고 재주도 많은 종업원 겸 공연자들이었습니다.

일단 들어보실까요?

노래면 노래, 율동이면 율동, 동서양의 각종 약기 연주까지…

재주에 비해 무대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문고를 전공한 마눌께서 이르기를, 국악은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준 이상 높답니다.

장군님 타령하는 기념품도 팔던데 몸사리느라 사진조차 안 찍었습니다.

"사람 일 모르잖아요? ^^ 제가 평소에 정부 얘기 곱게 하는 편도 아닌데 ㅎㅎ"

 

맨 마지막은 '축배를 들자!'는 노래인데, 이 노래 은근 중독성이 있습디다!

몽골을 떠나는 날.

새삼 징키스칸국제공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느라 몽골사람들 시력이 5.0이라는 속설이 있던데 이게 아주 거짓말은 아닌 듯합니다. 일단 안경 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비행장만 하더라도 초원에 길만 다져놓은 게 활주로였습니다.

설령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도 아주 큰 사고는 안 날 듯합니다.

 

몽골은 한국을 솔롱고스(무지개)라고 부르며 부러워한다지만, 한국도 몽골의 끝없는 지평선이 부럽습니다.

언제 또 몽골을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몽골 전통 가옥(천막) '게르'에서 자보고 싶습니다.

 

'근데, 게르(Ger)에서 잠 자면 German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