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너머살구'

편백의 향기와 대숲에 이는 바람

kocopy 2025. 1. 7. 12:58

편백나무, 삼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메타세콰이어, 대나무, 소나무

이번 여행에 우리가 만나고 온 나무 군락들입니다.

효능이요?

일단 즐거워집니다. 애도, 어른도 표정 좋잖아요?

이틀 동안 걸은 총 거리, 약 15km.

지쳐 떨어지지 않냐고요? 지치면 이렇게 누워버리면 됩니다.

하늘에 두른 차양막이 직사광선을 막아주지요, 숲속에서 산들바람 불지요, 잠이 솔솔 옵니다.

흙길이 나오면 맨발로 걷다가, 갈증이 나면 목도 한번 축이고 …

산 너머 살구 제4차 여행, 전라남도 장성과 담양으로 '종합' 산림욕을 다녀왔습니다.

딤플 님 내외는 첫날 저녁 온천까지만 하고 먼저 가시는 바람에 단체사진을 함께 못 찍었습니다. 머릿속으로 합성해서 보세요.

 

 

편백나무에서는, 피톤치드라는 사람 몸에 좋은 물질이 뿜어져 나온다는데, 그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나를 힐링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군락. 피톤치드가 나오든 안 나오든 시원스럽게 하늘로 뻗은 편백의 자태가 내게 힐링이 됩니다.

"그것들 참 말끔하게 생겼다."

 

이번 축령산 코스의 숨은 이야기 공개!

파란색에서 검은색으로 이어지는 길이 본래 예정한 코스입니다. 그런데 실제 다녀온 길은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한 3km를 더 걸었습니다. 입구를 착각한 카페지기 때문에 ㅠㅠ

노란색 길을 3분의 1쯤 갔을 때 저는 알아버렸습니다. '잘못 들어섰구나!'

'되돌아 가기엔 늦었다. 여기도 엄연한 걷기 코스인데, 입 꾹 다물고 그냥 가야겠지!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일단 나라도 빨리 가야 문제가 수습된다 싶어서 인민군 특수부대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거의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회원 중 한 분의 문자가 왔습니다.

'그렇지! 숨긴다고 모르겠냐? 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배웠잖아? Honesty is the best policy.'

검은색이 시작되는 곳에서 다시 만난 회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돌아오시느라 힘드셨죠?"

"엥? 돌아온 거예요? 몰랐는데"

"ㅠㅠ"

점심은 산행 중에 드시라고 도시락 주머니를 나눠드렸습니다. 내용물은 꼬마생수, 오이, 구운 계란, 삼각김밥(2개). 저 김밥 예사 김밥이 아닙니다. 카페 회원 '해모' 님이 새벽 4시부터 밥 지어서 재능기부한 고품격 삼각김밥입니다. 이 분 조리사자격증 소지한 '요리의 달인'입니다. 근데 여행은 한번도 안 왔습니다. '나쁜 사람~'

축령산을 나선 버스는 평림댐 장미공원으로 향합니다. 장미꽃은 예쁘게 활짝 폈건만 우리 회원들은 꼼짝을 안 하고 연신 다리만 주무릅니다.

담양으로 건너와 청둥오리 전골로 유명한 유진정에서 오리전골 꺼억~~

대개 오리 요리에서는 누린내가 조금은 나기 마련인데 유진정 오리전골은 정말 잡내가 하나도 없습니다. 진정한 맛집입니다.

지친 삭신을 담양온천에 푹 담궜다 빼고 숙소가 있는 추월산 담양호로 향합니다. 회원들의 온천 장면은 관계법에 따라 싣지 않습니다.

추월산해피랜드. 위치는 산장, 시설은 모텔입니다. 2층 입구에 있는 낡은 풍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손으로 햇빛 가린 분이 주인 아주머니인데 친절하고 말도 조곤조곤, 여느 모텔주인(?)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담양에서 1박 하실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담양읍내에서 차로 15분 거리.

담양천변 일명 국수거리에서 국수 한 그릇에 약계란 드시고 오늘의 걷기를 시작합니다. 국수는 특징적인 비주얼이 없는 관계로 사진 생략! 누구나 알고 있는 그 국수입니다. 소면과 우동의 중간 굵기 면발이 좀 특이합니다.

담양 걷기는 스케줄이 환상입니다. 국수 한 그릇 먹고 바로 앞에서 관방제림(노란색)을 따라 걸으면 끝나는 지점 길 건너에서 메타세콰이어길(초록색)이 시작됩니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차를 타고 대나무골테마공원으로 갑니다. 승용차로는 흉내가 불가능한 코스입니다. ^^

약 400년 전 담양천의 범람을 막으려고 제방을 쌓고(이게 '관방제'입니다), 그 위에 나무를 심은 것이 바로 관방제림입니다. 담양천은 상류에 댐이 생겨서 이제는 범람할 일이 없어졌고 관방제림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용도가 바뀌었습니다.

관방제림이 400년 전에 조성한 제방길이라면 메타세콰이어길은 40년 전에 심은 가로수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답게 심은 지 20~30년 만에 멋진 가로수길이 조성되자 지나던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사진 찍고 나무 올려다보느라 이 길이 상습 정체구역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담양군청에서는 아예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차가 못 다니는 보행로로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잘했죠? 그런데 이 길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니까 군청에서는 아예 황금알을 꺼내겠다고 나섰습니다. 2012년부터 이 길을 걸으려면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일단 통행객 숫자가 관리되고, 입장료를 걷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니 말입니다.

 

담양 대나무숲으로 간다고 하면 모두가 죽녹원으로 가는 줄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 곳은 대나무골테마공원입니다. 규모는 죽녹원의 60% 수준(3만 평)이지만 대나무 굵기가 다릅니다. 가장 좋은 건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굳이 '1박 2일'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고즈넉한 대나무골테마공원을 추천합니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는 대통밥입니다. 대나무 마디에 밥을 지어주는 지역 특산 음식입니다.

유명한 맛집답게 TV에 나온 경력을 자랑합니다. 얼마나 많이 나왔으면 KBS, MBC, SBS 등등 줄줄이 나열하지 않고 그냥 'TV 多 출연업소'라고만 적었습니다.

가진 자의 여유? 오만?

담양에서 2시 10분 출발, 서울에 6시 10분 도착! 비결은 버스전용차선입니다. 지난 번 강릉에서 오는 길은 5시간 30분 걸렸는데 담양이 4시간이라니… 전용차선 만세!!!

"자세 봐라!" 뭐, 대충 이러고 왔습니다.

전용차선에 우등버스면 다닐 만하죠?

다음 달엔 서해 낙조 보러 안면도에 갑니다. 7월 6일에 동그라미 땡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