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문득

때를 알고 지는 꽃

kocopy 2025. 1. 14. 09:43

 

지난 3월 여수 오동도에 다녀온 사진을 정리하다,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첫 소절 말고는 외지도 못하지만 ^^

지난 여수의 추억을 떠올리며 좋은 시 함께 감상하십시다.

동백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는 꽃입니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몰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201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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