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문득

유행하는 단어의 생명력

kocopy 2026. 4. 12. 11:39

제가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하나 벌였는데(?), 과제를 적어내다 문득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글을 공유해봅니다. 이 경우에 갑분싸가 아닐지? ㅎㅎ

 

과제> 최근에 유행하는 단어 중에서 합성어나 파생어로 간주하기 어려운 예들을 찾아보고, 그 단어들을 분석해 보자.

몇해 전 초등생들을 인솔하여 자연 답사를 갔을 때 그 중 한 아이가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을 내려다보며 '와, 개맑다.'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 모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것 같았고 저도 앞뒤 맥락(?)을 살펴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용언 앞에 접사 '개'를 붙여 '대단히/많이'라는 뜻을 더하는 신조어가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일반화된 듯 보였습니다. 개맑다 외에도 개빠르다, 개잘생겼다, 개웃기다 등등.
위 신조어 말고 명사 앞에 접사 '개'를 붙여 '헛된/엉망진창의/보잘것없는'이라는 뜻을 더하는 파생어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 언어 생활에서 익숙합니다. 개죽음, 개망신, 개폼 등등.
접사 '개'를 두고 기존과는 정반대의 뜻을 더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셈이니 '개+용언'의 신조어들을 파생어로 간주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주제를 살짝 벗어나는 것도 같지만, 유행어가 얼마나 신조어로 인정되는지, 즉 유행하는 단어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사실 유행어(대개는 축약어)의 뜻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신구세대를 가른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최근 들어 낯설게 느껴지는 유행어가 많아진 걸 보면 확실히 유행어의 생산과 사용은 젊은 세대의 몫인 것 같습니다.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예> 그 말 한마디에 교실 공기가 갑분싸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
존버: 존나 버티기   예> 존버 정신
까방권: 까임 방지권
안물안궁: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위 사례 중 비속어로 볼 수 있는 '존버'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가 국어사전에서 검색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렇긴 해도 용언에 '대단히'의 뜻을 더하는 접사 '개'를 붙인 신조어를 파생어로 인정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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